복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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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스페인엔「엘·도라도」라는 이름의 북권이 있다. 1백2년의 역사를 가진 크리스마스복권이다.
지난해 12월22일 추첨일엔 스페인 전국은 물론 세계의 노름꾼들이 둘떴다. 1등은 역사상 최고액인 1백억페세타(7백억원).
스페인국민은 한햇동안 남녀노소 가릴것 없이 1인당 18달러(1만2천6백원)씩 모두 7억달러
(4천9백억원)어치의 복권을 샀다.
감귤농장에 물을 실어나르던 트럭운전사「마르티네스」란 사나이는 재작년에 2백만달러(14억원)의 복금을 타 졸지에 벼락부자가 됐다. 복금을 탄뒤 몇 달 동안은 자선요구 편지에시달리기도 했다.
근검으로 유명한 독일사람들은 한해 2조6천4백억원을 복권구입에 쓴다.
복권의 효시는 로마시대다. 서기50년께 로마황제 「네로」와 「아우구스투스」는 노예나주택·선박을 촌으로 나눠줄 때 복권을 썼다.
근대적인 복권제도는 1530년 이탈리아에서 시행됐다. 제비뽑기로 당첨된 사람에게 상금을준것은 피렌체에서였다.
영국에선 1566년「엘리자베드」1세가 항구복구기금의 조달을 위해 복권을 발행했다. 미국에선 1776년 독립전쟁의 전비조달을 위해 복권이 사용되었다. 콜럼비아,하버드,다트머드등대학재정을 위해 발행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에선 한때 펜실베이니아의회가 복권을 금한 역사가 있다. 그것이 악과 나태를 조장하며 교역을 해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복권은 점점 확대되었다. 공식적으로 지금 복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곳은 중공과 인도에 불과하다. 소련조차 2차대전후 경제개발자금을 마련하는데 이를 이용하고 있다.
국제복권업협회 (AILE) 라는 의젓한 단체도 있다. 우리나라도 여기 회원국이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복권이 발행된 것은 47년. 런던 올림픽 참가선수들의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1백원짜리 1백40만장을 팔았다.
그뒤 애국복권,후생복권,산업박람의복권이 비정기적으로 발행됐다.
정기복권의 시초는 주택복권. 69년9월15일 발매가 시작되고 벌써 13년의 역사를 갖고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우리복권의 상금규모는 대단찮다. 2백원짜리 연식복권으로 당첨해도 3천만원이 고작이다. 물론 지난연말엔 10장의 복권으로 3천3백2O만원을 탄 행운의 사나이도 있었다.
그러나 외국에 비하면 스캐일이 너무 작다.
7월부터 이 주택복권이 폐지되고 올림픽복권으로 바뀌면 좀 괜찮아진다.
복권 그자체는 하나의 공인된 도박이다. 자원세금의 뜻도있다. 현대를 사는 사람에겐 하나의 드릴이며 오락이기도하다.
꽉 짜여진 관리사회속에서 정상적인 방법으로 개인을 높여 볼 기회라곤 복권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 기대속에 우리도 복권의 열기속에 휘말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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