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금리인상 적극 고려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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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국은행이 금리정책에 맥을 놓은 가운데 시중 실세금리와 콜금리 간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한은이 7개월째 콜금리를 3.25%에 묶어두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대표적 지표금리인 3년만기 국고채 금리는 슬금슬금 올라 연 4%에 육박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앞으로 금리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한은은 시장에서 채권을 사들여 실세금리를 낮은 수준에 잡아두려고 안간힘이지만 오히려 매도세력에 팔 기회만 주고 있다.

이런 와중에 저금리에 따른 부작용은 점점 커지고 있다. 시중에 풀린 470조원에 이르는 부동자금이 낮은 금리와 맞물려 부동산값 상승의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푼돈을 모아 꼬박꼬박 저축을 해 봐야 세금을 떼고 나면 손에 쥘 수 있는 이자는 고작 연 3% 언저리다. 금리생활자들은 갈수록 줄어드는 이자소득에 허리띠를 더 졸라맬 수밖에 없다. 저금리 속에서도 기업대출 등 생산적인 부문으로 돈이 흘러갈 기미가 안 보이자, 금융회사들은 주택담보대출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이래서는 금융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없다.

저금리가 경기부양책으로 약발이 듣지 않은 지 오래다. 금리정책의 경기 조절기능은 사실상 무력화됐다. 이런 와중에 세계 각국은 완만한 금리 인상을 계속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한 번만 더 연방기금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 우리나라의 콜금리와 같아진다. 이렇게 되면 실세금리는 확연히 역전될 전망이다. 자칫하면 대규모 자금유출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금리를 계속 묶어두기는 부담스럽다.

저금리로 경기부양 효과를 거둘 수 없다면 저금리의 부작용을 해소하고 돈 흐름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라도 이제 금리 인상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때다. 당장 소폭의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으로 몰리는 뭉칫돈을 붙잡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시장에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시그널(신호)이라도 보내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에 금리 조절에 실기하면 그에 따른 부담은 앞으로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