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국방장관 감사 표한 89세 노병

중앙일보

입력

한·미 국방장관이 23일(현지시간)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89세의 노병에게 감사를 표했다. 이날 워싱턴의 미 국방부에서 열린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 기자회견장에선 윌리엄 웨버 전 미 육군 대령에 대한 시상식이 함께 열렸다. 중앙일보가 후원하고 한국 국방부가 주관하는 제2회 ‘백선엽 한·미동맹상’이다.

웨버 전 대령은 한국전쟁 때 공수부대 장교로 참전해 오른 팔·다리를 잃고, 전역 후에는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비 건립에 적극 나서며 미국 사회에서 한국전쟁이 ‘잊혀진 전쟁’이 되지 않도록 노력해 왔다. 오후 4시 15분께 한민구 국방장관과 함께 펜타곤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서던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은 앉아 있던 웨버 전 대령을 보자 단상을 향하다 방향을 바꿔 그에게 다가가 인사를 청했다.

직후 헤이글 장관은 단상에 올라 기자회견을 시작한 뒤 “오늘 이 자리엔 한국전 참전용사인 웨버 전 대령이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나라를 위한 복무에 감사한다”며 “웨버 전 대령은 한국 국민과 미국 국민 간의 우정과 협력을 다지는데 기여했다”고 치하했다.

헤이글 장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민구 국방장관은 웨버 전 대령에게 백선엽 한ㆍ미동맹상을 수여하며 “고맙다”고 말했다. 한 장관은 오른 손을 잃은 웨버 전 대령의 왼손을 잡고 악수했다. 회견장 내엔 “웨버 전 대령은 한국전쟁 때 헌신적으로 희생해 자유 민주주의를 지키는데 기여했고, 퇴역 후엔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재단 회장 등으로 한국전쟁을 알리는데 앞장서 왔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웨버 전 대령은 수상 소감을 밝히며 “내가 지금까지 해왔던 일 때문에 이 상을 받게 됐다면 앞으로 죽는 날까지 계속해서 이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웨버 전 대령은 또 “우리가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2차대전에서 싸웠던 것처럼 공산주의로부터 세계를 구하기 위해 한국에서 싸웠다”며 “한국전쟁을 매 순간 기억하고 영예롭게 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에 있는 전우들과 장관께 감사한다”며 “상을 받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오른쪽 다리를 의족에 의지한 채 단상을 내려가는 웨버 전 대령에게 장내 박수가 이어졌다.

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