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군잡는 여경', 알고 보니 '운전면허증 위조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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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급이 연루된 병역비리를 파헤쳐 '장군잡는 여경'으로 불렸던 서울 광역수사대 지능팀 4반장 강순덕 경위(38ㆍ여)가 사기 혐의 피의자에게 운전면허증을 위조해준 혐의로 검거됐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21일 사기 혐의로 경찰의 수배를 받고 도피 중이던 건설업자 김모(52)씨에게서 돈을 받고 운전면허증을 위조해준 혐의(뇌물수수 등)로 강 경위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앞서 경찰은 전날 오전 법원에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강 경위를 체포했다.

경찰에 따르면 강 경위는 경찰청에 근무하던 1997년 5월께 경찰 간부 A씨(현 모지방경찰청장)로부터 김씨를 소개받은 뒤 2001년 5월 사기 혐의로 쫓기던 김씨의 부탁으로 수표 1천500만원을 받고 위조 운전면허증을 만들어준 준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1992년 사업에 실패한 뒤 도피생활을 하다 평소 알고 지내던 A씨에게 도움을 청했고 A씨가 김씨를 만나는 자리에 강 경위를 대동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강 경위는 김씨의 서울 서부면허시험장에서 서울 모 경찰서 김모 경감의 인적사항을 이용해 위조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아 김씨에게 전달했다.

김씨는 이를 갖고 도피하다가 지난달 20일부터 13일간 부녀자를 상대로 특수강도와 속칭 '부축빼기'(무방비 상태인 취객의 지갑을 노리는 범죄) 등 범행에 연루돼 검거됐다.

김씨는 경찰조사 과정에서 실제 모습과 운전면허증의 사진이 다른 점을 수상히 여긴 경찰의 추궁 끝에 운전면허증 위조 사실을 털어놨다.

경찰은 강 경위가 김씨와 만난 지 4년 뒤 위조 운전면허증을 만들어 줬다는 점을 중시, 계좌추적 등을 통해 이들 간에 금품이 오갔는지에 대해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은 또 김 경감이 "면허증 위조는 강 경위가 혼자서 한 일"이라고 진술하고 있어 이날 중 위조 면허증을 만들어 준 사실 등 범행 일체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강 경위와 대질신문을 벌이기로 했다.

경찰은 건설업자 김씨가 "1989∼1992년 A씨로부터 소년소녀가장돕기 명목으로 100명의 계좌 명단을 받고 1계좌당 한달에 5만원씩 3년여 간 1억5천만원을 보냈다"고 진술함에 따라 A씨에게 돈이 흘러들어갔을 가능성도 확인할 계획이다.

A씨는 "경찰청 근무시 청소년 선도단체 이사로 있던 김씨를 알게 됐고 김씨가 아이들을 돕겠다고 해 제의를 받아들였다"며 "당시 경찰청에 보고한 뒤 장학금 명목으로 돈을 받았고 개인적으로 받은 돈은 없다"고 해명했다.

강 경위는 2003년 6월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근무하던 중 인천국제공항의 군 발주공사 관련 첩보를 입수, 전ㆍ현직 군 장성ㆍ장교 6명의 수뢰를, 작년 11월에는 현역 장성이 연루된 의병전역 비리를 밝혀내 수사하면서 '장군잡는 여경'이란 별명을 얻었으나 작년 1월 노무현 대통령의 사생활에 대해 언급했다는 소문이 인터넷에 게재돼 좌천당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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