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회의 현장에서 바로 쓰는 전문 국제회의 영어'와 '통역없이 바로 쓰는 실무 국제회의 영어'(이상 넥서스 刊)를 잇따라 펴낸 박희권(48) 외교통상부 조약국장은 "후배들의 고생을 덜어줄 겸, 국익에도 기여할 겸 쓴 책들"이라고 소개했다.
"신참 때 해양법 관련 정부간 회의에 처음 참석한 뒤 느낀 점이 많았어요. 전문 지식은 물론이고 영어가 달려서는 우리 입장을 충분히 전달할 수 없겠더라고요."
박 국장은 이후 영어 실력 키우기에 전력투구했다. 유학(스페인 왕립외교관학교에서 석사, 국립마드리드자치대에서 국제법으로 박사학위 취득)과 연수(런던국제전략문제연구소에 연구원으로 파견)는 큰 도움이 됐다.
이런 노력 덕분에 그는 국제법 관련 정부간 회의에 수석 대표로 30여 차례 참석했고 '군축회의 서방그룹 회의''국제해저기구 총회' 등 다섯 차례의 회의에선 의장을 맡기도 했다. 의장은 회의에 참석한 각국 대표들이 뽑는데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국가, 그것도 아시아 국가 출신이 선출되는 건 드문 일이다.
"1996년에 처음 의장 노릇을 해보니 국제회의용 영어 표현을 좀 더 익혀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하더군요. 국제회의에선 수준 높고 격식을 차린 영어를 구사해야 합니다. 예컨대 'The representative of Germany is wrong(독일 대표가 틀렸다)'이라는 식의 직접적인 표현은 금물이에요. 대신 'I believe there is a strong evidence that the representative of Germany is mistaken(독일 대표의 생각이 잘못됐다는 강한 증거가 있다고 믿는다)'처럼 점잖게 얘기해야 합니다."
그는 이후 외국에 갈 때마다 관련 교재를 찾아헤맸지만 마땅한 게 없었다. 별 수 없이 회의 속기록을 구해 꼭 필요한 표현들만 모아 정리하는 식으로 직접 자료를 축적했다. 박 국장은 "이번에 낸 책들은 지난 10년간 수집한 자료의 결정판인 셈"이라고 했다.
글.사진=신예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