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국제회의용 영어 표현법 총정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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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영어와 원수지곤 못 사는 세상이다. 특히 국제회의에 자주 참석해 나라의 이익을 대변해야 하는 공무원 입장이라면 두말할 나위도 없다.

최근 '회의 현장에서 바로 쓰는 전문 국제회의 영어'와 '통역없이 바로 쓰는 실무 국제회의 영어'(이상 넥서스 刊)를 잇따라 펴낸 박희권(48) 외교통상부 조약국장은 "후배들의 고생을 덜어줄 겸, 국익에도 기여할 겸 쓴 책들"이라고 소개했다.

"신참 때 해양법 관련 정부간 회의에 처음 참석한 뒤 느낀 점이 많았어요. 전문 지식은 물론이고 영어가 달려서는 우리 입장을 충분히 전달할 수 없겠더라고요."

박 국장은 이후 영어 실력 키우기에 전력투구했다. 유학(스페인 왕립외교관학교에서 석사, 국립마드리드자치대에서 국제법으로 박사학위 취득)과 연수(런던국제전략문제연구소에 연구원으로 파견)는 큰 도움이 됐다.

이런 노력 덕분에 그는 국제법 관련 정부간 회의에 수석 대표로 30여 차례 참석했고 '군축회의 서방그룹 회의''국제해저기구 총회' 등 다섯 차례의 회의에선 의장을 맡기도 했다. 의장은 회의에 참석한 각국 대표들이 뽑는데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국가, 그것도 아시아 국가 출신이 선출되는 건 드문 일이다.

"1996년에 처음 의장 노릇을 해보니 국제회의용 영어 표현을 좀 더 익혀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하더군요. 국제회의에선 수준 높고 격식을 차린 영어를 구사해야 합니다. 예컨대 'The representative of Germany is wrong(독일 대표가 틀렸다)'이라는 식의 직접적인 표현은 금물이에요. 대신 'I believe there is a strong evidence that the representative of Germany is mistaken(독일 대표의 생각이 잘못됐다는 강한 증거가 있다고 믿는다)'처럼 점잖게 얘기해야 합니다."

그는 이후 외국에 갈 때마다 관련 교재를 찾아헤맸지만 마땅한 게 없었다. 별 수 없이 회의 속기록을 구해 꼭 필요한 표현들만 모아 정리하는 식으로 직접 자료를 축적했다. 박 국장은 "이번에 낸 책들은 지난 10년간 수집한 자료의 결정판인 셈"이라고 했다.

글.사진=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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