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자 3백만넘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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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영국의 실업자수가 3백만선을 돌파하자 영국의회는 소란했다.
전체노동인구의 12·7%에 해당하는 이 실업자수는 3O년대 세계 대공황이래 가장 높은 숫자일뿐아니라 보수당이 노동당으로부터 정권을 인수한 79년5월의 집계에비해 2배로 불어난 것이고 유럽 제1위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최근 의회 속기록에 기록된 발언중 가장 신랄한부분을 간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마이클·후트」노동당당수-『통화긴축정책이란 광기를 중단하라. 국민들에게 이 처참한 절망감을 안겨준 모든 조치를 중단하라.』
▲「스키너」의원 (노동당)-『수상은 정부가 2차대전중 독일군이 영국에 가한것보다 더 큰 경제적 피해를 국민들에게준데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가. 「웨스트민스터의 도살자」 (「대처」수상을 지칭)는 이제 다른 실업자를 따라 물러날때가 되지 않았는가.』
▲「대처」수상-『우리쪽(보수당)도 비극적인 실업문제를 통탄한다. (노동당쪽에서 『이중인격자』라는 고함) 독일군운운하는 발언은 지극한 악취미다. 특히 전쟁유가족들에 대해서는 말이다. 독일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서독에서의 실업자증가율도 우리와는 오십보백보 차다.』
실업자문제는 지난여름영국각도시에서 연달아 일어난 폭동이 보여줬듯이 영국내 중요한 사회 정치적 문제가 되고있다.
실업률이 이처럼 급격히 높아지는 이유는 일단 세계적 불황에 겹쳐「대처」수상이. 격렬한 반대를 무릅쓰고 추진해온통화긴축정책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퇴치를 위한 이정책은 조업단축과 기업도산사태를 몰고와 실업률을 높여왔는데「대처」수상은 이것이 영국산업계의 비대한 노동력을 축소시키는 「군살빼기」작전이기 때문에 고통을 참으면 보다 확실한 경제적 바탕위에서 실업자수는 다시 내려갈 날이 온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내각의 일부각료와 보수당의 일부세력까지 포함한 반대파들은그런 물리적 치료가 실업사태뿐아니라 영국산업자체의 뼈대를 파괴하기때문에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영국경제는 재기불능상태에 빠질지 모른다고경고해 왔다.
장기적으로 볼때 실업자문제는「대처」수상의 낙관론과는 관계없이 서구자체가 앞으로 벗어나기어려운 고정된 현상이 될가능성이 높다.
「마이크로칩스」 (반도체혁명)로 가속화되고 있는 서구의 후기산업사회화 과정은 이미 생산업체에 고용된 인윈수를급속히 줄이고 있다.
현재 영국에서 생산업체의 고용자수는 총조동력의 30%이하로 내려가있으며 서구전체에 공통된 이런 추세는 계속되어 10%정더로 내려갈 가능성도 보인다고 일부에서는 주장하고 있다.
영국의 한 경제학자는이런 전망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진단하고있다.
『많은 농업인구를 몰아낸 농업기계화혁명때와 비슷한 현상이 지금 산업계에서 일어나고 있다. 중요한 차이점은 농업혁명이 공업화과정과 같은시기에 일어났기 때문에농업에서 생긴 잉여노동력은 즉시 산업계에서 흡수될수 있었는데비해 지금은 산업계에서 생기는잉여노동력이갈때가없다』
그래서 장기적으로는 실업이 비정상적 상태가 아니고 정삼상태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갖게 만들고 실직상태에 대해 직의식울 갖게했던 지금까지의 교육내용을 수정하고 필요없게되는 잉여노동력이 사회불안요인이 되지않도록 유도하는 방법이 강구되어야한다는 주장도 나오고있다.
그러나 그런장기적전망이 실현되기에앞서 실업자의 켸속적인 증가는서구사회에 큰 불안을 몰고올 가능성이 크다. 【런던=장두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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