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계들 옷 선택취향 전공에 따라 다르다-이대대학원 의류직물과서 조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외국의 패션물결이 으례상륙하는 명동거리와 신촌대학가.
미니에 이어 맥시가, 청바지 다음에 아미루크, 디스코패션, 누비패션으로 이어지는 젊은 층의 옷차림은 거리의 모습마저 바꾸어 놓는다.
대학가 패션으로 표상 되는 유행에 민감한 여대생들의 옷차림 속에 과연 개성이 있는 것일까.
50년대 흰 덧양말에 무릎을 가리는 검정 스커트, 흰 블라우스와 스웨터 차림의 다소곳한 여대생 스타일, 검정 물로 염색한 군복 상·하의에 멋을 담던 털털한 남대생 차림의 고정관념을 뿌리째 흔들어 놓은 요즘 젊은이들의 유별난 옷차림에 기성세대는 고개를 내두른다.
『나이 드신 분들이 요즘 젊은이들은 개성을 잃었다고 말하는 것은 숲은 보지 않고 나무만 보기 때문이죠. 젊음은 곧 다양이에요. 다양한 속에서 자신의 개성을 찾아나가는 것이 젊음의 특권이 아니겠어요.』
D여대 3년 김인숙(21)양은 의복의 개성은 고정되지 않고 선택의 폭이 넓은 가운데 자신의 스타일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항변한다.
우리 나라 젊은이들이 의복을 선택하는 기준은 어떤 것일까.
서울시내 대학생 1,2학년 5백3명을 대상으로 의복구매경향을 조사한 이화여대 대학원 의류직물학과 이은주(여대생의 의복행동), 이정숙씨(대학생의 의복구매행동)의 석사학위논문은 젊은이들의 의복선택 취향을 요약하고 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원피스를 입으면 청바지를 입을 때보다 얌전하게 보인다든지 생활에 변화를 주고 싶을 때 새 옷을 사서 입는 등 여대생들의 옷 고르는 기준은 의복이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수단인 경우(37·2%)가 가장 높다는 것이다. 또 활동적인 옷(36·8%)을 즐겨 입고 남의 눈을 끄는 멋에 비교적 신경을 쓰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여대생들이 남의 이목보다 자신의 개성을 살려 옷을 고르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전공계열에 따라 옷 고르는 기준이 다르다.
즉 인문·사회계열은 옷을 고를 때 보관이나 세탁이 얼마나 용이한가에 신경을 더 쓰는데 비해(관리성), 자연계열은 얌전하고 노출이 덜한 의복을 선택하는 경향(예의성)이 높아 수직적 사고의 보수성을 엿볼 수 있다.
이에 비해 예능계열은 의복선택에 구두와 헤어스타일까지도 고려할 정도로 심미안 적이어서 예능계 특유의 미적 감각의 발달과 함께 개방적이고 적극적인 사고의 단면을 읽을 수 있다.
이런 경향은 옷을 살 때 둘러보는 상점 수나 구매장소에서도 나타난다.
인문· 사화계열의 학생은 고작 2∼3개의 상점을 둘러보는데(48·5%)비해 예능계는 대개 4∼5개(33·9%), 심지어는 10개 이상 (29%)을 둘러보는 경우가 많다.
또 구매장소로서는 인문·사회 계나 자연계가 시장이나 백화점 등 물량이 많아 쉽게 물건을 살수 있는 곳을 이용하는 반면 예능계는 상품량은 적어도 의복의 독창성을 찾을 수 있는 양품점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다.
이은주씨는 『교복을 벗고 선택의 폭이 큰 사복을 접하게되는 대학신입생들에게 대학생활의 오리엔테이션의 하나로의 생활의 정보를 제공해 주어야 한다』면서 『의복 구입비를 부모에게 의존하는 비율(79%)이 높은데 가능하다면 자신이 아르바이트를 해 번 돈으로 옷을 사 입는 것도 사회진출을 문턱에 둔 대학생들로서 자립성을 키우는 일』이라고 지적했다.<제정갑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