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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지난 2년간 좁은 거리에서 공연 규모만 키웠다

중앙일보

입력

환풍기 붕괴 사고가 난 성남 판교테크노밸리 유스페이스몰 광장은 지난 2년 간 경기도와 성남시가 문화공연의 야외무대로 사용해 왔다. 이번 행사 주최는 경기도였다. 이에 따라 무대 규모나 여건은 키우지 않은 상태에서 행사 규모만 키워 사고를 빚은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16명 사망 참사가 발생한 판교테크노밸리 유스페이스몰 광장은 정식 공연장이 아니다. 복합상가 건물인 유스페이스몰과 H스퀘어 사이의 200~300미터 가량의 거리로, 음식점과 커피숍이 빼곡히 들어선 곳이다. 다음카카오, 넥슨, 안랩 등 인근의 IT 기업 직원들이 자주 이용한다.

경기도와 성남시는 지난 2012년부터 이 일대를 문화·예술의 거리로 만들겠다며 이곳에서 소규모 공연을 열었다. 처음에는 입주기업 임직원을 위한 점심 시간의 짧은 콘서트로 시작했다. 경기과학기술진흥원 판교테크노밸리지원단 주최로 원하는 기업을 찾아가 펼치는 소규모 공연이었다.

지난해부터는 유스페이스몰 광장에 야외무대를 차려 공연 장소를 옮기고 인기가수도 불러 규모를 키웠다.

그해 6월에 연 ‘사랑방스페셜콘서트’는 이번에 열린 판교테크노밸리 축제의 전신이었다. 당시에도 금요일 저녁에 야외무대에서 공연을 열어 퇴근하는 직장인의 발길을 붙들었다. 울랄라세션 등 인기 가수의 공연을 보기 위해 입주 기업뿐 아니라 판교 지역 주민들도 가족단위로 찾아왔고 경기도청에 따르면 3000여 명의 관객이 몰렸다.

올해 행사는 또 다시 커졌다. 경기도와 경기과학기술진흥원은 한 경제매체와 협력해 '제1회 판교테크노밸리축제'라는 이름의 행사를 주최하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무대설치와 관객 안전 등 제반사항 지원은 판교테크노밸리지원본부가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7일 금요일 저녁 주말을 즐기려는 직장인들과 인근 주민, 학생들이 운집해 행사 시작 10여 분 만에 700여 명의 관객을 이뤘고, 공연을 잘 보기 위해 환풍기 위에 올라갔던 시민들이 참변을 당했다. 늘어난 행사의 규모를 소규모 광장이 수용하지 못한 것이다.

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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