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비리·부실로 구멍 뚫린 무기체계 대수술 필요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고장이 없고 작동이 정확해 현장에서 신뢰하고 쓸 수 있는 무기체계를 군에 공급하는 것은 전력 확보의 필수 요소다. 하지만 현재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정감사장은 부끄럽게도 우리 군의 부실 무기체계 폭로장으로 변했다. 국감자료에 따르면 특히 9000억원을 들인 구축함 율곡이이함은 바닷물 유입을 막는 마개가 제대로 없어 적 어뢰를 속이는 기만탄 24발 가운데 18발이 부식됐다. 이 때문에 이지스 전투시스템을 갖춰 적기와 미사일 공격도 막을 수 있는 첨단 군함이 지난 2년간 구식 어뢰 앞에 속수무책이었다. 지난 6개월간 80차례나 고장 난 고속정과 호위함의 레이더, 대공표적을 탐지·추적할 수 없는 20㎜대공벌컨포, 북한의 최신형 전차의 장갑을 뚫을 수 없는 대전차무기 등 부실과 허술함은 끝이 없을 정도다.

 이뿐만 아니라 설계·획득·운용 단계의 비리나 문제로 통영함·K-2전차·K-21장갑차 등 주요 무기체계가 전력화 지연, 배치 물량 감소, 부실화를 겪고 있다. 국방부는 방위력 개선비 11조원과 전력 운영비 25조원 등 모두 36조원을 한 해 국방비로 쓰고 있다. 하지만 획득시스템에 ‘잼’이 걸리면서 투입한 예산에 걸맞은 전력 확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군에 공급된 고가의 무기체계가 부실한 관리·감독으로 전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은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동시에 분노하게 한다. 일부 방위사업 담당자와 군 출신 방산 종사자들의 무책임과 유착비리를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 정부는 무기체계 부실의 원인이 되는 획득체계와 관리·운영 과정을 정밀 점검해야 한다. 필요하면 민간 전문기관의 컨설팅이라도 받아야 한다. 무기체계 획득 과정을 더 이상 ‘보안’이라는 안전망 속에서 방치해선 안 된다. 국가의 안보와 국민의 세금이 걸린 중대 문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