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 사회적기업 전문서 출간 "내가 책을 쓴 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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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회장이 옥중에서 자신이 적은 메모를 모아 만든 책이 14일 출간됐다.

책 제목은 『새로운 모색,사회적 기업』이다. 두 권으로 구성됐는데 1만원짜리 1권을 사면 SK의 사회적기업 모범사례를 담은 『행복한 동행』도 얻을 수 있다. 책 출간에 따른 수익금은 전액 기부된다.

최 회장은 이 책의 서문에서 책 쓴 동기를 소상히 적었다. 그가 작성한 서문의 일부다. "흔히 기업인이 쓰는 책에는 창업 당시의 고생담과 수차례 위기를 극복하고 성공에 이르기까지의 성공담이 담긴다. 하지만 나는 고생담도 성공 스토리도 자랑할 만한 것이 없다. 오히려 많은 실패담이 있을 것 같다. 단지 기업 경영의 가치에 대한 고심과 우리 사회의 문제를 보다 효율적이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무엇일지에 대한 고민의 결과를 정리한 것이다."

SK의 한 관계자는 "최 회장이 사회적 기업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모은 책을 출간하려 했던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라고 부연설명을 했다. 최 회장을 가까이서 지켜봤다는 그는 "기업인의 입장에서 사회 문제의 해결책을 기업으로 봤던 것 같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최 회장은 "2009년 한 대학교에서 열린 사회적 기업 국제포럼에서 해결방안을 만나게 되었다"고 했다. 6.25 전쟁 후 헐벗은 국토를 바라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매주 나무를 심으러 다녔던 선친 고(故) 최종현 회장(1929~1998)의 이야기도 언급했다.

최종현 회장은 자연과학과 사회과학 등 기초 학문 분야의 밑거름이 될 인재육성을 위해 한국고등교육 재단을 설립한 바 있다. 최태원 회장은 "작은 나무 한그루가, 아직 어린 인재가 언제 자라서 선친의 꿈을 이뤄줄지 고개가 갸웃거려졌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은 수십미터로 자란 나무가 빽빽한 최고의 숲과 수백명의 최고 학자들이 됐다"며 "수익을 내고, 수출을 하고,고용을 만드는 것도 사업보국의 길이지만 당장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장기적으로 사회와 더불어 가치를 키우고 나누는 것 또한 사회기여의 방법이라는 것을 선친께서 몸소 보여주셨다"고 전했다.

그는 "심지어 SK 내부 구성원들이 질문을 한다. 그들은 대기업 회장인 내가 왜 직접 사회적 기업을 설립하고 운영하는지 궁금해했다 .여기엔 대기업 회장에 대한 선입견이 깔려있었다"고도 밝혔다. 사회적 기업에 천착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도 "사회적 기업이 사회문제를 해결할 맞춤형 해결사이기 때문"이란 소신도 가감없이 적었다.

최 회장은 이 책에서 '백색효과'라는 신조어도 만들어냈다. 가치있는 소비를 하려는 개인의 생각이 타인에게 영향을 미쳐, 사회적 기업을 통해 널리 퍼져나가는 선순환의 고리. 최 회장은 이를 두고 '백색효과'라 부르면서 '이타적인 행동'의 선택지를 높여주는 매개체로 사회적 기업을 꼽았다.

사회적 기업의 고질적인 문제점이 지속가능성이란 데에 착안해 그가 마련한 대안은 '인센티브'시스템이다. 그는 "이는 내 어릴 적 경험에서 착안한 것"이라며 "어릴 적 나와 내 동생이 구두를 닦으면 선친께서는 100원, 마당을 쓸면 200원, 세차를 도우면 300원을 주셨다"고 회고했다. 최 회장은 "이를 통해 어떤 일이 더 가치가 있는 심부름인지(부모님이 더 기뻐하시는 일인지)도 확실히 배웠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같은 원리를 사회적 기업에도 적용한다면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가치 실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는 생각에 구체화한 것이 SPC"라며 "물론 금전적 보상으로 착한 일을 유도하자는 내 제안에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고도 했다. 그는 "지금 회상해봐도 상금은 내가 착한 일을 더 많이 하도록 하는 동기였다"며 "이와 마찬가지로 사회적 기업도 사회가 보다 성숙해짐에 따라 이타적,자발적인 모습으로 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적었다.

최 회장은 글 끝에 "자칫 자화자찬으로 들릴 우려를 무릅쓰고 책을 쓴 것은 SK의 경험과 거기서 얻은 교훈을 정리하면 나름 의미가 있을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적어도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는 기업가,창업을 준비하는 분들의 시행착오를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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