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순이, 히든싱어 레전드 무대 선보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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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의 무대였다. 대한민국 최고 디바 인순이의 명성이 유감없이 과시됐다. 가수의 가창력, '국민가요'급 히트곡, 인생격정과 스토리텔링, 팬덤과의 격의없는 소통까지 '히든 싱어'에 필요한 모든 요소들이 집대성됐다. 노래와 감동이 어우러져, '히든싱어'의 모범답안 같은 무대였다. 11일 밤 방송된 JTBC '히든싱어-인순이' 편 얘기다.

과연 인순이를 모창할 만한 가수가 있을까라는 제작진의 우려는 빗나갔다. 1라운드 '밤이면 밤마다'를 시작으로 '거위의 꿈', '친구여', '아버지'까지 히트곡 열전이 이어졌고, 인순이를 똑빼닮은 모창 능력자들의 실력에 평가단은 '멘붕'에 빠졌다. '친구여'때는 오랫만에 조PD가 직접 스튜디오에 깜짝 출연해, 큰 박수를 받았다. 또 '슈퍼스타K' 출신의 가수 김보경이 모창능력자로 출연하기도 했다. 김보경은 '슈스케'때 심사위원 인순이와 만난 인연으로 참가했다. 김보경은 당시 인순이에게 들었던 혹평이 큰 도움이 됐다며 '고맙습니다 인순이'라는 닉네임을 들고 나왔다.
감동의 순간도 이어졌다. 인순이는 라운드 초반 "내가 힘들 때, 나를 사랑해주는 팬들이 있다는 것을 종종 잊기도 했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눈물을 보였다. 데뷔 30주년 기념 공연의 엔딩으로 처음 '거위의 꿈'을 택해 부르던 순간도 떠올렸다. "'그래요 난 내겐 꿈이 있어요'란 대목을 부를 때 정말 울컥했다. 진짜 내가 꿈을 향해 잘 가고 있는 건지 되묻게 되더라"는 것이다.

'아버지'에 대한 사연을 털어놓을 때는 객석이 숙연해졌다. 여기저기 눈물짓는 이들도 많았다. 모창능력자들은 '아버지'란 노래를 통해 자신의 아버지와 화해하게 된 사연들을 털어놓았다. 인순이는 "아무 기억이 없는 아버지이고, 정말 부르기 싫은 노래여서 가사에 아버지란 단어를 빼달라"고 했다며 담담하게 털어놨다. 뉴욕 카네기홀 공연에서 한국전 참전 미군들을 초청해 이 노래를 불렀던 사연도 공개했다. "만약 한국에 나같은 자식들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면 이제는 다 내려놓으라. 모두 자신들만의 삶을 잘 살고 있을 것이라고 말한 후 최대한 감정을 자제하고 담담하게 불렀다. 아무 생각도 안났다"고 했다.

인순이는 71표를 기록하며 최종 우승했다. 팬(모창능력자)과 객석이 어우러진 무대가 끝나자 '절친후배' 패널로 출연한 김태우는 "내 모창자들도 빨리 신청해달라. 가수라면 반드시 서봐야할 무대"라고 했다. 이날 시청률은 6.4%(닐슨 코리아 수도권 유료가구 광고 제외 기준), 분당 최고 시청률은 8.2%를 기록했다. 방송사 홈페이지에도 "감동의 물결이 생생하다. 전설의 무대" "최고의 디바, 소름돋았다" 등의 호평이 이어졌다.

양성희 기자 shy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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