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분이면 충분했다. '블루 드래곤' 이청용(26·볼턴 원더러스)이 울리 슈틸리케 신임 축구대표팀 감독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이청용은 10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파라과이와 평가전에서 전반 45분만 뛰고도 강렬한 활약을 펼치며 2-0 승리를 이끌었다. 오른쪽 날개로 선발출전한 이청용은 전반 27분 상대 볼을 가로채 오른쪽 측면을 돌파해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려 김민우(사간도스)의 첫 골을 도왔다. 이청용은 5분 뒤 오버래핑한 이용(울산)에게 침투패스를 넣어줘 2번째 골의 시발점 역할을 해냈다. 이용의 크로스를 남태희(레퀴야)가 골망을 흔들었다.
파라과이 수비진은 이청용을 못 막고 쩔쩔 맸다. 이청용은 전반 45분만 뛰고도 슈틸리케 감독에게 에이스로서 자격을 입증했고,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아웃됐다. 경기 후 이청용은 "모든 선수들이 얼마만큼 중요한 경기인줄 알았다. 3일 밖에 준비하지 않았지만 스타트를 잘한 것 같아서 좋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청용은 "한 경기로 잘했다 못했다 판단할 수 없다. 오늘 이겨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감독님이 경기 전 스페인을 예로 들었다. 하지만 파라과이가 컨디션이 많이 안좋았고, 승리에 큰 의미를 두고 싶지 않다"고 냉정하게 말했다.
이날 원톱 공격수 조영철(카타르SC)과 2선 공격수 김민우, 남태희는 A매치 10경기 내외인 경험 적은 선수들이었다. A매치 61번째 경기에 나선 이청용은 노련한 볼배급으로 후배들을 잘 이끌었다. 이청용은 "모든 선수들이 워낙 자신감이 있어서 파라과이를 힘들게 하지 않았나 싶다"고 겸손하게 답했다. 이날 개인통산 A대표팀 12번째 어시스트(6골)를 기록한 이청용은 "도움은 솔직히 김민우가 잘 잡고 잘 찼다"고 공을 동료들에게 돌렸다.
한국축구대표팀은 14일 서울에서 브라질월드컵 8강 돌풍팀 코스타리카와 또 한 차례 평가전을 치른다. 코스타리카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15위다. 파라과이는 60위다. 이청용은 "아무래도 파라과이와 많이 다를 것 같다. 다행히 오늘 승리해 좋은 분위기에서 준비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