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산케이 전 지국장 기소에 대한 우리의 시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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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검찰이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의혹을 보도한 가토 다쓰야(加藤達也) 전 산케이 서울지국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그가 박 대통령 개인을 허위 사실로 비방한 만큼 기소가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외신 보도도 치외법권 영역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이번 사태는 산케이가 자초했다. 가토 전 지국장의 글은 독신인 박 대통령이 유부남과 남녀 관계가 있는 것처럼 비방한 성격이 짙다. 시중에 떠도는 의혹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무책임하게 내보냈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산케이는 정정 보도는 물론 사과 표명조차 진지하게 하지 않았다. 게다가 가토 전 지국장과 산케이는 평소 도를 넘은 혐한(嫌韓) 보도로 비판을 받았던 인물과 언론사였다.

 명예훼손은 공표 내용의 허위, 사실 확인의 노력, 비방의 목적성 여부에 따라 판가름 난다. 단순 명예훼손이었다면 충분히 재판에 넘길 수 있는 사안이다. 문제는 명예훼손 대상이 대통령이고 행위자가 외신기자라는 데 있다. 공인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외신기자를 기소한 것은 국내외에서 극히 드문 일이다. 이에 따라 법리와 관행, 명예훼손과 언론 자유 사이에서 미묘한 논란이 벌어진 것이다.

 일본의 주류 언론은 팩트에 강하고 신중한 보도 자세를 갖고 있다고 믿는다. 자국 기자를 기소한 우리 검찰의 조치를 두고 볼 수 없었겠지만, 허위·선정 의혹이 짙은 보도를 되풀이해 한국인에게 상처를 준 산케이에 품위 유지도 함께 요구해야 한다. 일본의 다른 언론도 산케이 전 지국장 기소를 비난하기에 앞서 산케이의 정도를 벗어난 보도태도를 비판했어야 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검찰도 “국제 관행상 명예훼손에 의한 외신기자 기소는 부적절했다”는 국내외 지적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명예훼손 사건으로 한·일 외교 갈등이 더 커져서는 안 된다. 산케이의 성의 있는 사과를 바탕으로 아시아의 품격을 대표하는 두 나라가 성숙한 자세로 이번 논란을 풀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