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작곡가인 파올로 푸를라니는 한국 문화를 종종 작곡의 소재로 활용한다. 피렌체 음악원 교수인 그는 콩쥐팥쥐 이야기로 오페라를 만들어 피렌체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아리랑 선율도 소재 중 하나다. 아리랑을 가지고 올해 완성한 곡에 ‘베니스 아리랑’이란 제목을 붙였다. 작곡가 노트에 “단순한 멜로디가 이토록 강한 영감을 주는 것이 놀랍다”라고 썼다.
이 작품은 12일 오후 5시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들을 수 있다. 한국가곡연구소가 주최하는 ‘아리랑 한국예술가곡 대축제’에서다. 안숙선 명창이 대금·오케스트라와 함께 부른다.
‘베니스 아리랑’을 포함해 각양각색의 아리랑 15곡이 이날 무대에 오른다. 이건용이 아카펠라 8중창으로 만든 아리랑, 최영섭의 ‘독도 아리랑’, 정애련의 ‘장터 아리랑’ 등 대부분 예술가곡 형식이다. 장대한 규모의 아리랑도 소개된다. 이지수의 ‘아리랑 랩소디’는 화려한 오케스트라 곡이다. 김성진 편곡의 ‘아리랑 판타지’는 소프라노, 소리꾼에 진도북춤까지 동원되는 대규모 작품이다.
한국가곡연구소는 아리랑의 유네스코 등재 2주년을 기념해 이 축제를 기획했다. 연구소가 출판한 『아리랑 한국예술가곡집』에 실린 가곡 33편 중 15편을 추린 것이다. 연구소의 최영식 소장은 “세계적으로 보편화된 예술가곡이라는 장르와 아리랑을 결합해 우리 전통문화를 살리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자리”라고 이번 축제를 소개했다. 다음 달 14일 의정부 예술의전당, 12월 2일 서울 국립국악원에서도 같은 공연이 열린다. 안숙선 명창과 소프라노 김영애·임선혜·박현주, 베이스 전승현·손혜수, 테너 신동원 등 쟁쟁한 성악가들이 무대에 선다.
김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