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와 자신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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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0월에 이어 11월에도 물가가 내려 적어도 경제안정화의 분위기 정착에 기여하고있다.
연 두달째의 물가하락현장은『물가는 내릴수도 있다』는 인식을 심어준 점에서 우선 반가운 일이다.
농산물가격의 내림세, 수요감퇴로 인한 일부 공산품의 가격인하듬 일시적인 요인에서 오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으나 뒤집어 말하면 바로 그러한 요인들이 있기에 물가는 내려가게되는것이 아닐까.
농산물은 공급량의 증가로 가격이 안정되고 있고 공산품도 시장수급에 적응하기위해 가격체계를 개편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한다면 성급하다고 할것인가.
일부 공산품의 경우는 불황투가로 단기적인 소강상태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도 있을수는 있다.
그러나 기업도 시장동향에 따라 감량경영을 한다든가, 또는 합리화와 생산성향상을 강요당함으로써 상품의 가격 및 품질을 개선해야할 처지에 쫓기고 있는 측면도 있는 것이다.
경기국면이 어려울 때일수록 시장경쟁력을 배양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을수있는 것이라면 지금이 그러한 경영체제의 전환을 요구하는 시점이라는 것이다. 한때 만들면 팔리는 호황의 타성에 젖어 가격경쟁력을 등한히 했던 경영방식은 이제 환상으로밖에 남지 않았으므로 깨끗이 청산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리고 안정화정책에 맞추어 스스로 경영체질을 바꾸어 나가야지 정부의 과보호만을 요청해서는 생존자체가 위협받을 것이라는 사실에 유의해야한다.
현대경제의 병리인 스태그플레이션은 자원부족에 의한 원료가격의 지속적인 상승, 기술혁신의 정체에 의한 생산성 상승율의 저하, 임금·물가의 하향경직성이라는 여러가지 요인이 겹쳐서 인플레이션을 정착시키는 한편, 또 이들 제요인이 디플레이션교과를 통해 불황을 만성적으로 유발한데서 연유하고 있다.
요컨대 오늘날의 스태그플레이션은 경기순환의 한국면으로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구조적인 성격의 것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경제구조의 유동화, 재편성없이는 해결이 곤란하다.
우리가 추구하고있는 경제안정정책은 과거의 정부주도정책에서 탈피하여 민간주도경제로 이행해가고 있는등 경제구조의 재편성작업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이 과정은 전두환대통령의 표현대로 매우 인기없는 정책으로 일관되고 있고 그만큼 고통도 크지만 종국적으로는 안정기반을 구축하여 무리없는 경제성장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최근에 드러나고 있는 물가안정은 지난3년간의 안정정책이 거둔 성과의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거기에는 물가안정을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이 차츰 번져가고 있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효과가 없는 것이다.
경제지양만으로는 표현할수 없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의 억제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당장에 측정해 낼수는 없다. 좀더 시간을 두고 물가의 추이를 관망해야만 된다.
앞으로 물가는 유류가의 인상이라는 커다란 상승요인을 안고 있으나 요즘처럼 안정화의 흔적이 뚜렷해지면 인상충격을 흡수하는 시간도 단축된다.
국내물가안정은 결국 환율의 안정을 동반한 수출경쟁력의 강화로 이어지고 유가인상폭도 완화시킬 수가 있기 때문이다.
관심의 초점은,安定기반 위에서의 활발한 경기동향이 나타날 시기는 언제일 것이냐에 있을 것이다.
하반기에 들어서서 그렇게 우려하던 수출신용상내도가 다시 회복되고있고 내년의 국제경제환경도 금년보다 좋아질 것이라고 한다. 결국 고비는 82년상반기가 될 것이라는 것이 경제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경제예측이 반드시 들어맞는 것은 아니지만 최악의 상태는 이미 벗어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지나친 낙관도, 지나친 비관도 금물이나 그보다 더욱 위험한 것은 좌절감이다.
내외경제여건이 호전될 것이라는 희망적인 전망에 바탕을 두고 경제활동을 전개해 나가는 노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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