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완 장관 '어닝쇼크'삼성에 "노페인 노게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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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삼성을 향해 “아픔 없이는 얻는 것도 없다”며 ‘노 페인 노 게인(No Pain No Gain)’정신을 강조했다.

박 전 장관은 8일 삼성그룹 수요 사장단 회의에서 ‘한국경제의 도전과 개혁과제’라는 주제로 특강을 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특강은 전날 삼성전자가 ‘어닝쇼크’ 수준의 3분기 실적을 발표한 직후 전체 사장단이 참석한 자리라 더욱 관심을 모았다.

이준 삼성그룹 커뮤니케이션팀장은 브리핑을 통해 “정말 전 분야에 걸쳐 한국경제가 처한 내부적·대외적·국가 경제적 여러가지 도전을 하나하나 지적하며 분석하고 극복과제까지 제시해 줬다”고 전했다. 박 전 장관은 경제뿐만 아니라 국민성과 의식수준을 아우르며 정치·경제·사회에 걸쳐 종합적인 이야기를 풀어냈다고 한다.

특히 박 전 장관은 강의 말미에서 “아픔 없이 얻는 것이 없고, 아픔을 감수하고 과감히 개혁하지 않으면 한국경제가 살 길이 어렵다”고 강조했다. 삼성 측은 “삼성에 대한 얘기만 따로 하진 않았다”고 했지만 삼성이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최근 스마트폰 판매 부진으로 실적이 급격히 하락한 기업의 상황을 감안할 때 삼성을 향해서도 ‘뼈를 깎는 혁신’을 주문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박 전 장관은 통화에서 “구체적인 얘기는 할 수 없지만 한 달 전쯤 삼성에서 강의요청이 왔고, (사장단) 모두들 진지하게 들어주셨다”고 말했다.

실제 삼성그룹은 ‘스마트폰 쇼크’를 겪은 지난 2분기 이후 ‘위기경영’에 고삐를 죄고 있다. 해법의 방향은 주로 하드웨어 위주의 구조에서 벗어나 소프트웨어 역량을 강화시키는데 맞춰져 있는 게 특징이다. 지난 8월 19일엔 ‘혁신의 시장에서 부상하는 중국기업’이라는 3부작 사내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해 방송했다. 1부에선 ‘중국 정보기술(IT) 빅3의 대반격’이라는 제목으로 중국 인터넷 3인방인 텐센트·알리바바·바이두의 성공스토리와 도전을 다뤘다. 2부에서는 샤오미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성공 비결을, 3부에선 중국 정보기술(IT)기업의 위협 요소 등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삼성그룹 사장단도 매주 수요일마다 열리는 회의에 외부 전문가를 초빙해 특강을 듣는 등 혁신강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박 전 장관에 앞서서는 김한얼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가 ‘가치혁신과 지속성장 전략’을 주제로 세계 1등 기업이 어떻게 몰락했고 살아남기 위해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강의했다.

삼성은 기업 혁신의 중추인 인재채용 제도도 개선할 방침이다. 공채 필기시험인 삼성직무적성검사(SSAT)와 면접만으로 신입사원을 뽑는 현행 제도가 장점보다 단점이 많다는 판단에서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서류전형 없이 적성검사만 하니까 수십만 명이 지원하고 삼성에만 목을 메는 학생들이 많아 사회적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준 팀장은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한 때 얘기가 나왔던 대학총장 추천제는 들어있지 않다” 며 “개선안을 만들어도 시기적으로 당장 내년 봄에 적용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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