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사동'이라고만 쓴 유언장은 무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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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배모(여)씨는 2005년 11월 유언장을 작성했다. ‘본인은 모든 재산을 아들 윤모(48)씨에게 물려준다. 사후 자녀 간에 불협화음을 없애기 위해 이것을 남긴다’는 내용이었다. 자필로 유언장을 쓴 배씨는 유언장 끝에 작성일자와 주민등록번호, 이름을 적은 뒤 주소에 해당하는 부분에 ‘암사동에서’라고 기재했다. 이로써 재산상속문제를 깨끗이 정리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산이었다. 2008년 배씨가 숨지자 아버지가 다른 딸 김모(58·여)씨가 “어머니의 유언장은 무효”라고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김씨는 배씨 소유였던 서울 강남구 소재 4억원 상당의 부동산 지분 절반의 소유권을 본인 명의로 이전등기했다. 이에 윤씨는 “적법한 유언장이 있으니 지분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냈다.

 하급심 판결은 엇갈렸다. 1심은 “자필 유언장의 경우 유언자가 전문과 연월일, 주소, 성명을 모두 직접 쓰고 날인해야 효력이 생기는데 ‘암사동에서’라는 기재는 주소로 볼수가 없다”며 효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반면 항소심은 “동 이름만 썼어도 주소로 볼 수 있다”며 효력이 있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의 최종 판단은 ‘무효’였다. 대법원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원심(항소심)을 깨고 윤씨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7일 밝혔다.

 재판부는 “자필 유언장의 주소는 생활의 근거지인만큼 다른 장소와 구별되게 표시해야 한다”며 번지 등 구체적인 주소가 빠져 유언장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박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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