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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 섬 임자도, 도시 뺨치는 'IT 아일랜드'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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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KT가 7일 ‘기가(GiGA)아일랜드’ 구축 선포식을 연 전라남도 신안군 임자도에서 나승철·황희자씨 부부가 태블릿 PC를 이용한 원격제어시스템으로 비닐하우스 시설을 조작하고 있다. [임자도=최승식 기자]

7일 오후 1시 전남 신안군 임자도 나욱주(35)씨의 브로콜리 비닐하우스 농가. 1000평 규모의 이곳에서는 온실 안팎의 온·습도, 이산화탄소 농도, 일사량 등을 측정하는 센서들이 실시간으로 나씨의 PC와 스마트폰에 데이터를 전송했다. 나씨가 외출 중이어도 비닐하우스에 설치된 복합환경제어 시스템이 브로콜리의 작목 상태에 따라 온실 창문을 자동으로 여닫고, 때때로 물도 뿌려줬다. 나씨는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폰으로 온실 CCTV를 보고, 작목 상태도 확인할 수 있으니, 외출할 때도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나씨의 비닐하우스 방문 횟수는 예전의 10분의 1로 줄었다.

 KT의 ‘기가인터넷’이 섬마을 풍경을 바꿔놓고 있다. 기존 인터넷보다 최대 10배까지 빠른 기가인터넷망이 임자도에 구축되면서 섬마을에 도시 못지 않은 교육·문화·의료 인프라가 갖춰지게 됐다. KT 최영익 CR지원실장(전무)는 “임자도 주민들이 앞으로 기가인터넷을 통해 육지에 가지 않아도, 오히려 육지 사람들보다 더 편안한 삶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KT의 기가아일랜드 프로젝트는 지난 5월 황창규 KT 회장이 기가토피아를 실현하겠다고 선언한 뒤 나온 첫번째 결과물이다. KT의 기가인터넷망을 기반으로 하는 융복합 솔루션을 도서지역에 우선 적용해 주민들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자는 사회공헌사업이다. 대상으로 선정된 임자도는 면적은 서울 강남구와 비슷하지만 인구는 강남(56만명)의 0.6%(3600명) 수준이어서 교육·문화 인프라가 크게 부족하다.

 이런 특성을 감안해 KT는 지난 5개월 간 임자도 지역 주민에게 가장 필요한 ICT 솔루션을 찾아냈다. 교육·문화·의료·에너지·지역경제 관련 서비스가 KT의 10배 빠른 기가유무선 인터넷망과 결합하자 변화가 시작됐다. 어린이들의 삶이 가장 먼저 달라졌다. KT의 화상멘토링 시스템 ‘KT드림스쿨’을 통해 외국인 유학생 20명이 임자도 초등학생들의 멘토로 나섰다. 임자면 주민복지센터에 설치된 태양광 설비도 어린이들에겐 친환경 에너지 교육장이 됐다.

 마을 주민들의 삶에도 활기가 돌았다. 복지센터 1층에 마련된 올레 기가 UHD TV는 마을영화관으로 변했고, 광주 지역 문화센터가 개설한 교양강좌도 화상회의 시스템을 통해 임자도 주민들에게 제공된다. 보건지소에선 소변으로 당뇨를 검진하고 결과를 가족의 스마트폰에 전송하는 요닥서비스가 시작됐다. 주민 김군강(78)씨는 “여수에 사는 아들이 건강 걱정이 많은데, 아들에게 검사결과를 보내줘야겠다”고 말했다. KT 오영호 홍보실장은 “기가 인프라로 임자도에는 연간 25억원의 생산유발 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KT는 지리산 청학동과 비무장지대 대성동마을 등 기가인프라와 ICT 솔루션이 필요한 지역을 추가로 발굴할 방침이다.

신안=박수련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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