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포인트 레슨] 국내 첫 재산리모델링센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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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외환위기 이후 파산 상태에 놓인 개인과 가계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이들이 파산한 것은 능력 이상의 사치와 오락적 소비 때문이라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2003년 미국에서 발간된 '맞벌이의 함정(The Two income trap)'이란 책을 보면 생각을 달리하게 된다. 이 책은 미국의 중산층, 특히 맞벌이 부부를 파산위기에 빠뜨린 주범이 사치성 소비가 아닌 고정 지출의 증가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주택.교육.의료비 등 고정 지출이 소득보다 훨씬 빨리 늘어나 가계가 이를 감당하지 못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런 지출들은 한번 늘어나면 줄이기 힘든 성격을 갖고 있다.

또 노후나 비상시에 쓸 돈을 급속히 고갈시켜 중장기 계획을 세울 여유를 빼앗는다. 더욱 심각한 것은 고정 지출이 과도해 최소한의 여유자금도 없는 상태에서는 작은 외부 충격에도 쉽게 가계 파산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파산자의 절반이 맞벌이 부부이며, 가계 지출 중 대출금 상환, 교육비 등 고정비용의 증가가 중요한 파산 원인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한국은행의 통계에 따르면 1990년 35.8%였던 가계 고정지출 비중은 2004년 48.5%로 급증했다.

국내 가계는 금융 지식이나 투자 교육 면에서 미국 가계보다 취약하다. 또 자산의 대부분이 부동산이거나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이자를 받는 예금으로 구성돼 있다. 높은 주거비용과 사교육비 때문에 고정비용 부담이 미국보다 빠르게 늘어난다는 특징도 있다. 여러 면에서 미국 가계가 직면한 위기를 맞게 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사회적 차원에서의 금융 교육과 노후 대비 상품의 다양화를 포함한 장기투자 진흥책이 마련돼야 한다. 개인적 차원에서도 현재의 상황을 점검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합리적인 재무설계가 절실하다. '재정 소방훈련'이라고 부르는 이 역할의 일부를 중앙일보.이화여대 재산리모델링센터가 맡게 됐다. 국내 처음으로 시도되는 이 센터를 통해 체계적인 가계 재무이론을 바탕으로 하는 객관적인 조사.연구.상담과 투자교육이 활성화되길 기대한다.

김대환 미래에셋증권 삼성역 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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