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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밥값 한 것 같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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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30일 오후 2시41분 여·야·유가족 3자회동이 열리던 국회 운영위원회 회의장.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갑자기 문을 박차고 나왔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잠시 협상장을 떠나 새누리당 의원들만 출석해 있던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가 있었다. 이 원내대표는 박 원내대표에게 ‘10분만, 10분만’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으나 약속한 10분을 조금 넘겼다.

 박 원내대표는 초조한 듯 본회의장으로 이 원내대표를 찾아갔다. 새누리당 의원들의 시선을 받으며 성큼성큼 이 원내대표에게 걸어간 박 원내대표는 이 원내대표의 손을 잡아 끌더니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그러곤 본회의장 옆 별실에서 협상을 했다. 30분 정도 대화한 뒤 각자 위치로 되돌아가는 두 사람의 표정은 밝았다. 이 자리에서 여야가 합의해 4명의 특검후보를 추천하기로 의견이 좁혀졌다는 말이 나온다.

 1시간 반이 지난 4시2분. 박 원내대표가 두 번째로 본회의장 문을 열고 들어와 이 원내대표를 밖으로 데리고 나가려 했다. 다급한 표정이었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모인 곳으로 두 번째 찾아온 것이다. 이 원내대표는 “지금 쇼하는 거예요? 기자들 보라고?”라면서도 못 이기는 척 따라나갔다. 잠시 후 세월호특별법 합의가 임박했다는 말이 돌았다. 박 원내대표가 유가족을 만나러 갔고 이 원내대표가 당 최고위원회 소집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4시45분. 박 원내대표가 새정치연합 의원총회에 나타나 “세월호법을 최종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강경파들이 반발했지만 두 시간의 의총을 거쳐 협상안을 추인받은 뒤 양당은 오후 7시15분에 합의 사실을 발표했다. 오전 11시부터 시작된 8시간의 마라톤 협상이 마무리될 때까지 이·박 원내대표는 이리 뛰고 저리 뛰었다. 세월호특별법은 사고 167일 만에 입법 단계로 진입하게 됐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9월 말 정치 파행의 막을 내리게 된 걸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밥값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세월호특별법 합의안에 대해선 “만족한다. 모든 것에 만족한다”고 했다.

 하지만 유가족들은 반발이 거셌다. 유가족들은 협상안이 발표된 지 한 시간 뒤인 오후 8시 기자회견을 열었다.

 유경근 대책위 대변인은 “유가족이 참여해 특검을 추천하는 게 야당과의 (협상) 하한선이었다”며 “후퇴한 안에 대한 반대를 명확히 했음에도 20분도 안 돼 협상을 타결시킨 건 야당이 신의를 저버린 것”이라고 비난했다.

 유족들의 반발은 오전부터 예고됐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여야 원내대표와 유가족 대표가 만났을 때 이 원내대표가 “협상하려면 유가족이 전권을 줘야 한다. 협상은 여야가 한다”고 하자 전명선 가족대책위원장은 “(야당에) 전권을 위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유가족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이 장면은 TV로 생중계됐다.

강태화·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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