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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에게 맡긴 공무원연금 개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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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정부의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이르면 다음 주에 확정된다. 새누리당과 정부, 청와대는 29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실무 당·정·청 협의를 열고 정부안이 나오는 대로 별도 협의를 통해 최종안을 확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주도권을 정부가 쥐게 되면서 개혁안이 후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새누리당 이현재 정책위부의장은 본지 통화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은 ‘정부안을 중심으로’ 당정회의를 통해 협의하기로 했다”며 “정부안을 중심으로 한다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주호영 정책위의장은 “연금을 관리하는 정부가 중심이 돼 지속가능한 안을 만들어 오라고 했다”며 “수정할 게 있으면 수정하고, 안이 괜찮으면 그대로 확정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간 새누리당은 “이해당사자인 공무원에게 개혁안을 맡길 경우 작업이 제대로 진행될 리 없다”며 경제혁신특위를 중심으로 개혁안을 마련해 왔다. 그러나 공무원이 노조를 중심으로 집단 반발에 나서면서 주도권을 정부로 넘긴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정부 중심의 개혁안’을 마련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듣고 당 차원의 개혁안을 주도해 온 이한구 경제혁신특위 위원장은 “정부가 연금 개혁의 주체가 된 상황에서 특위 안을 마련할 필요가 없다”며 “개혁안을 만드는 작업을 당장 중단하고 따로 안을 내놓지 않겠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당이 개혁의지가 없다 보니 정부에서 나서겠다고 한 것”이라며 비판했다. 애초 당 경제혁신특위는 지난 21일 한국연금학회가 발표한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소득 재분배 기능을 포함하는 ‘하후상박(下厚上薄)’식 수정안을 마련할 예정이었다. 연금액이 적은 하위직 공무원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다. 특히 공무원이 낸 기여금에 비례해 정부가 같은 금액을 지원해 주는 현행 방식에서 기여금과 관계없이 균등한 액수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월 805만원에 이르는 연금 적용 소득 상한을 국민연금 수준(408만원)으로 낮추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했다.

 퇴직 후 재취업 등을 통해 소득이 있는 공무원들의 연금액을 감액하거나 지급을 유보하는 방안도 수정안에 포함됐다고 한다.

 그러나 특위 관계자는 “더 큰 손해를 보게 될 고위 공무원들의 반발 때문에 정부안에도 그런 내용이 포함될지는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정부안이 확정되면 다시 당이 주도권을 쥐고 개혁안을 갈무리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당정청 "정부안 마련, 협의 뒤 확정"
새누리안보다 후퇴할 가능성
이한구 "당, 개혁 의지 없어"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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