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모자 금메달 황재균 "야구하면서 우승 처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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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균(왼쪽)이 8회 초 4-3 상황에서 2타점 적시타를 친 뒤 환호하고 있다. 오른쪽은 한국이 2-3으로 뒤진 7회 말 무사 1, 3루 상황에서 등판해 무실점으로 막은 안지만이 포효하는 모습. [뉴시스], [인천=김진경 기자]
황재균의 아버지 황정곤(왼쪽)씨와 어머니 설민경씨. 설씨가 19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에서 딴 금메달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김민규 기자]

주말 드라마가 결방한 대신 야구 드라마가 펼쳐졌다.

 한국 야구 대표팀의 계획은 처음부터 들어맞지 않았다. 선발 김광현(26·SK)이 5와 3분의 2이닝 동안 3실점하며 물러났다. 타선은 대만의 변칙 계투에 힘을 쓰지 못했다. 1회부터 7회까지 경기가 풀리지 않다가 천신만고 끝에 8회 초 승부를 뒤집었다.

 한국은 6회 말 대만에 2점을 내줘 7회 말까지 2-3으로 뒤졌다. 남은 아웃카운트는 단 6개. 한국은 8회 초 선두타자 민병헌(27·두산)과 김현수(26·두산)의 안타, 박병호(28·넥센)의 볼넷으로 1사 만루를 만들었다. 이어 강정호(27·넥센)가 밀어내기 몸맞는공으로 3-3 동점을 만들었다. 나성범(25·NC)의 2루 땅볼로 4-3이 됐다.

 역전을 했어도 불안한 상황에서 황재균(27·롯데)이 뤄지아런으로부터 깨끗한 우전안타를 터뜨렸다. 박병호와 강정호가 홈을 밟아 6-3. 황재균의 적시타가 터지자 한국 선수들은 승리를 확신하며 얼싸안았다.

 황재균은 어머니 설민경(54)씨에게 두 번째 금메달을 선물했다. 설씨는 19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 테니스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스포츠인이다. 설씨와 황재균은 한국인 처음으로 아시안게임 모자(母子)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아버지 황정곤(54)씨도 테니스 선수였다. 황재균의 부모는 아들에게 운동을 시키지 않으려 했다. 게다가 황재균은 사당초 시절 전교 1등을 여러 번 했을 만큼 공부도 잘했다. 그러나 아들은 운동을 하겠다며 졸랐고 결국 야구로 성공해 국가대표가 됐다.

 황재균은 결승전에서 결정적인 2타점 적시타를 포함해 4타수 2안타·1득점을 올렸다. 공부로 전교 1등을 했던 아들이 야구로 아시아 1등이 됐다. 금메달을 목에 걸자마자 전화를 했더니 설씨는 엉엉 울며 말을 잇지 못했다고 한다. 황재균은 “야구 하면서 우승을 처음 했다. 기쁜 마음에 전화를 했더니 아버지는 함성만 지르셨고, 어머니는 울기만 하셨다. 나도 울컥했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8회 초 대역전을 이뤄내기 전까지 살얼음 위를 걸었다. 2-3이던 7회 말 무사 1·3루까지 몰리자 역전은 어려워 보였다. 그러나 안지만(31·삼성)이 등판하면서 흐름이 바뀌었다. 안지만은 주리런(삼진)-린쿤셩(중견수 플라이)-판즈팡(좌익수 플라이)을 차례로 잡아내며 이닝을 마쳤다. 류중일(51) 대표팀 감독은 “7회 추가 실점을 했으면 어려울 뻔했다. 안지만이 잘해줬다. 졌다면 인천 앞바다에 뛰어들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웃으며 한 말이지만 그간의 마음고생을 읽을 수 있었다.

 준결승까지 한국은 무적이었다. 유일하게 한국을 위협할 것으로 예상된 대만과의 예선전에서 10-0, 8회 콜드게임승을 거뒀다. 일본은 프로 선수들을 내보내지 않아 “한국이 독주하는 야구를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놔둬야 하나”라는 회의론이 대회 중 나오기도 했다. 한국은 프로 선수를 처음 내보낸 1998 방콕 대회부터 2002 부산 대회, 그리고 2010 광저우 대회에서 우승했다.

◆병역 면제 받은 선수=차우찬·김상수(이상 삼성)·유원상(LG)·김민성·한현희(이상 넥센)·이재학·나성범(이상 NC)·이태양(한화)·홍성무(동의대)·오재원(두산)·황재균·손아섭(이상 롯데)·나지완(KIA)

인천=김식·김효경 기자
사진=김진경·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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