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균 칼럼] ‘질소 과자’의 두 모습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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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4호 30면

요즘 온라인에선 ‘과자 뗏목’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행동파’ 대학생 3명이 과자로 뗏목을 만들어 28일 오후 3시에 서울 잠실 한강공원에서 출발해 한강을 건너겠다고 공언해서다. 이들은 양면 테이프와 공업용 테이프로 180개의 과자봉지를 이어 붙여 ‘과자 배’를 제조했다고 한다.

대학생들의 퍼포먼스 예고를 보면서 품게 된 첫 번째 의문은 ‘‘과자 배’가 물에 떠서 한강을 건널 수 있을까’다. 가능하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는 물놀이를 하다 사람이 빠졌는데 구할 도구가 없으면 대용량 과자 봉지를 활용하라고 소개한 바 있다.

두 번째 의문은 “대학생들이 왜 이런 이벤트를 벌이는 것일까’다. ‘질소를 샀더니 과자가 따라오더라’란 대학생들의 표현에서 엿볼 수 있듯이 ‘과자 배’ 이벤트는 과대 포장이 심한 국산 과자 업체들의 행태를 고발하기 위해서일 것으로 짐작된다.

세 번째 의문은 ‘그렇다면 왜 과자 회사들은 제품에 빵빵하게 질소를 채우는 것일까’다. 과자 회사들은 과자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상품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공기 대신 질소를 채운다고 주장한다. 일리가 있다. 예컨대 스낵류에 함유된 해바라기씨기름이나 들기름은 혈관 건강에 이로운 불포화 지방이지만 이들이 공기에 노출되면 산화(산패)돼 유해물질인 과산화 지질로 바뀐다. 따라서 공기를 질소(공기의 5분의 4 차지)로 바꾸면(치환 충전) 이 같은 반응을 막을 수 있다(홍승균 롯데안전센터장).

과자가 운반·유통·보관 중 부스러져 상품성이 떨어지는 것을 막는 것도 식품회사들이 포장지 내에 질소를 채우는 이유다.

소비자들은 식품회사들이 과자 등에 질소를 채워 과자 무게를 늘리려는 속셈이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한다. 과자의 총 중량에 질소 무게도 포함되므로 이유 있는 지적이다. 하지만 포장에서 질소를 전부 빼버리면 쭈글쭈글해진 포장에다 일부가 바스러진 과자를 사 먹어야 한다.

네 번째 의문은 ‘질소를 채운 과자가 안전한가’다. 결론부터 말하면 안전성엔 문제가 없다. 질소와 과자의 반응성이 거의 없어서다. 단 한 가지, 질소가 들어 있다는 이유로 위생 관리를 소홀히 했다간 클로스트리듐·바실러스 등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 잘 자라는 세균(혐기성 세균)이 자랄 수는 있다(동국대 식품생명공학과 신한승 교수).

질소는 스낵류 등 대형 과자에만 채우는 기체가 아니다. 분유통 안에도 들어 있다. 햄·소시지 등 육가공 식품 포장에도 질소를 넣는다. 고기가 산화돼 색깔이 변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일부 채소류 제품에도 신선도를 향상시키기 위해 질소를 넣는다.

식품 포장 안에 질소를 채우면 부피와 무게가 늘어나므로 과다하게 넣는 것은 소비자 기만 행위가 될 수 있다. 식품 포장에서 빈 공간의 차지하는 비율(포장공간 비율)과 포장 횟수는 법으로 정해져 있다. 이에 따르면 스낵류와 케이크의 포장공간 비율은 35% 이하, 제과류는 20% 이하, 음료·주류는 10% 이하여야 한다.

이를 위반한 제품이나 업체는 처벌하되 질소를 넣는 행위 자체에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다. 차제에 ‘생생우동’ ‘생냉면’ 등에서 식품의 모양을 잡아주기 위해 포장 안에 들어간 사각 트레이(받침접시)의 빈 공간은 ‘포장공간 비율’을 계산할 때 제외시키는 것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비주얼(전체 크기)에 비해 양이 턱없이 적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을 잠재우려면 말이다.

현재 법으론 가공식품의 포장 횟수는 최대 2회로 제한돼 있다. 포장을 뜯으면 작은 포장 하나가 더 나오는 것까지만 허용한다. 하지만 일부 비싼 과자는 하나씩 개별 포장한다. 개별 포장은 포장 총 횟수에 포함시키지 않는데, 이 또한 자원을 낭비하고 소비자에게 괜히 더 높은 비용을 치르게 하는 행위일 수 있다. 이번 일요일, 대학생들이 설사 한강을 못 건너더라도 과다포장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데엔 성공하길 바란다.

박태균 식품의약 전문기자 tk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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