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차량 고의사고 후 돈 뜯어낸 일당 7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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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남자할껴?”
B:“여자”
A:“오늘 청주공단 월급날임?”
B:“ㅇㅇ”
A:“술 먹은듯?”
B:“술 먹었어. 가서 박어”
A:“300만원만 뜯자”
B:“시야에서 사라지는 순간 300만원 날라간다고 보믄댜”

‘쾅!’.

지난달 25일 오후 11시 충북 청주시 하복대 술집 골목. 김모(26)씨 등 남성 두 명이 이 같은 내용의 휴대폰 메시지를 주고받은 뒤 승용차로 박모(27·여)씨의 차량을 들이 받았다. 박씨에게 다가와 “음주운전을 했기 때문에 형사처벌을 받지 않으려면 현금으로 합의하는 게 낫다”고 했다. 술을 마신 박씨는 그 자리에서 200만원을 줬다.

충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3일 이런 방식으로 현금을 뜯어낸 혐의(공동 공갈 등)로 김모(26)씨 등 3명을 구속했다. 범행을 도운 강모(26)씨 등 4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학교 동창생, 사회 선후배 사이인 이들은 피해운전자와 견인차 기사, 렌트카 사고처리 직원 등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지난해 2월부터 검거직전까지 청주시 산남·봉명·하복대동 일대에서 총 16회에 걸쳐 1860만원 상당을 받아냈다. 한 사람이 망을 보고 있다 술을 마신 사람이 운전대를 잡는 순간 연락을 취해 피해자 차량을 뒤 쫓았다. 피해자 차량을 의도적으로 들이 받은 뒤에는 공범들이 범행을 지원했다. “술 마시고 운전 한 거 아냐?” “경찰에 사고접수하면 음주운전으로 처벌도 받고 면허에 영향도 있다”고 협박했다. 피해자들에게 적게는 30만원에서 250만원까지 돈을 받아냈다. 돈은 계좌이체를 하거나 인근 현금인출기에서 뽑아서 줬다. 범행은 주로 여성 음주운전자를 대상으로 했다. 경찰은 추가 피해자가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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