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의 경제학|잘만 치르면 경제구조혁신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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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88년 올림픽의 서울개최는 한국경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올림픽자체의 득실보다 세계적 규모의 잔치를 치르기 위해 국내자원을 총동원해야하기 때문에 한국경제의 진로와 구조에 엄청난 변모가 올 것이다. 올림픽을 생각하지 않고 짠 5차5개년 계획이나 국토개발계획 또 82년 예산까지 큰 손질이 불가피할 것이다.
우선 올림픽개최를 계기로 우리 경제가 새로운 성장의 전기를 맞을 것이라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경기장시설을 비롯한 각종 신규투자가 벌어질 것이고 20만명의 외국관광객이 쏟아져 들어온다는 사실만해도 여태까지 우리경제가 겪어보지 못 했던 일이다.
요즈음처럼 불황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시멘트회사나 건설회사로서는 여간 반가운 소식이 아닐테고 호텔등 관광업소들은 차원을 달리해 나무 한 그루라도 더 심어가며 관광객유치에 온갖 아이디어를 짜낼 것이다.
모든 수출업자들이 세일즈의 절대호기로 삼아 시키지 않아도 더 깔끔한 제품을 만들어내기에 총력을 기울일테고 대회진행을 원만히 해내기 위해서는 통신기기와 컴퓨터등 전자산업부문도 대단한 활기를 띌 것이다.
그밖에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유발수요까지 합치면 올림픽개최의 파급효과는 우리경제의 구석구석까지 미친다고 봐야한다.
64년 동경에서 올림픽을 개최했던 일본의 경우 이 모든 것이 썩 잘 맞아떨어진 성공적인 예였다. 동경올림픽은 일본의 성장잠재력을 풀가동시켜 경제가 폭발적으로 뻗어나갔다.
58년부터 64년까지의 민간소비 증가율(연평균)은 9·2%를 기록, 이기간을 그들 스스로도 「올림픽특수」라고 부를정도였다. 일본이 패전국의 콤플랙스를 완전히 씻고 1등국으로 올라선 것 역시 공교롭게도 올림픽개최를 전후해서였다.
그전까지 세계 5위에 머물러있던 일본의 GNP는 올림픽개최 이후 연평균 12%의 경이적인 성장을 계속하면서 4년만에 미국에 이어 2위까지 뛰어올라 오늘에 이르렀다.
당시 돈으로 관련사업비만 쳐서 26억6천만달러를 들였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얼마만큼 올림픽 경기가 확산되었는가를 말해준다.
그러나 일본의 올림픽개최가 그처럼 경제적으로 성공했다고 해서 우리도 그렇게 낙관해도 좋다는 생각은 성급한 추리다.
예컨대 68년 올림픽을 개최했던 멕시코가 막대한 재정적자를 걸머진 채 나앉은 것은 그 나라 국력으로는 시기상조였음을 반증해준 것이다.
문제는 엄청난 규모의 올림픽을 부작용없이 치러낼 수 있는 경제력이 충분한가를 점검하는 일이다.
동경 올림픽을 개최했을 때 당시의 일본과 88년의 우리경제력을 비교해보는 것은 매우 참고할만하다. 그러나 숫자로 나타난 것만 가지고 단순비교하는 식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예컨대 64년 일본의 GNP가 8백7억달러였는데 88년에 가서 우리나라 GNP가 1천억달러로 예상된다고 해서 우리형편이 더 낫다고 판단하는 식이다.
그 동안 물가오른 것을 감안해서 따진다면 일본의 당시 GNP는 지금의 2천억달러가 넘는 것이므로 오히려 우리의 갑절이나 됐었다는 점에 유의해야한다.
일본은 올림픽을 열기 전에 중공업화와 수출기반이 확고히 다져져 국제수지면에선 걱정이 없었는데 비해 우리는 많은 빚을 안고있고 당분간은 국제수지적자가 불가피한 형편이다. 일본은 올림픽을 치른 64년에 IMF8조국(자본·무역 거래의 자유화국)이 되어 명실청전한 국제화를 이룩했다.
어쨌든 우리경제의 잠재력이라면 7년 뒤 남부끄럽지 않게 올림픽을 치러낼 자신은 충분하다. 또 구체적인 목표를 정해놓고 뛰게 되니까 경제성장도 훨씬 앞당겨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필요한 재원을 여하히 조달할 것이며 경제전반을 어떻게 조화시켜 나가는가가 기본적인 관건이다.
개최일자가 확정된 이상 형편이 안된다고 공사를 미를 성격의 일이 못된다. 경제적으로 여러가지 시급한 일이 많은데도 결국 올림픽관련사업이 우선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구나 현재 추산하고 있는 소요경비 22억달러가 실제 공사과정에서 얼마로 늘어날지 알 수 없다.
지금까지 선진국들이 시단위로 올림픽을 개최해오면서 올림픽자체로 수지를 맞춘 경우는 거의 없었다. 대부분이 적자였다.
72년 올림픽개최로 도시개발을 최소한 15년쯤을 앞당겼다고 하는 뮌헨도 약1천만달러의 적자를 면치못했었다.
결국 대회개최 자체에서는 어느 정도의 적자를 감수해야 한다면 그 적자의 보상은 경제 전반적인 파급효과에서 기대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올림픽 특수로 외형적인 성장을 이룩한다해도 경제전반에 뿌리를 내리지 못한다면 오히려 그 후유증이 더 심각할 수 있다.
가령 지방도시에서 전국체전을 유치한다고 경기장과 숙박시설을 잔뜩 지어놓곤 활용도 못하고 빚더미에 올라앉듯이 방대한 투자가 올림픽용으로만 그친다면 막대한 자원의 낭비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올림픽시설은 전체적인 경제와의 조화위에 이룩돼야 할 것이며 올림픽 후의 용도도 고려해야한다.
또 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경계해야할 것은 인플레다.
올림픽에 대한 투자는 돈들인것만큼 금방 물건이 만들어져 나오는 것이 아니므로 그만큼 인플레적이다. 마치 중화학공업에 투자하는 것처럼 사전에 오랫동안 많은 돈을 계속 부어나가야 하는 것이다.
계획대로 밀고나가기 위해서는 급하면 돈이라도 찍어서 대야한다. 성공했다는 일본조차 인플레를 우려한 나머지 올림픽 이후 약1년 동안 강력한 긴축정책을 통해 심한 불황을 강요하기까지 했었다.
또한 더 근본적으로는 동경올림픽은 축적된 일본경제력의 한 단면에 불과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스스로의 경제력으로 소화해낸 자연스런 결과였고 다음단계의 경제발전으로 순조롭게 연결될수 있었기 때문에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얻게된 것이다.
우리의 준비과정도 이처럼 경제전반 앞뒤관계와 이해득실을 따져나가는것으로부터 출발해야한다.
과도한 욕심이 자칫 활력 아닌 위협으로 작용해서는 곤란한일이다.
한편 기극원은 올림픽준비를 위한 내년 중 비용은 우선 일반예비비 1천6백27억원에서 지출하기로 하고 시설준비에 따른 내년예산이나 5차계획의 투자계획수정은 앞으로 구성될 정부대책위원회와 구체적인 사업계획에 따라 추후 조정할 방침이다. <이장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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