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통사회·과학 모두 배우지만, 문·이과 구분은 계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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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수능모의평가가 치러진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배화여고에서 고3 수험생이 시험 공부를 하고 있다. 2021학년도 수능부터 계열 구분 없이 모든 학생이 통합사회·통합과학 시험을 본다. 문·이과로 나눠 치르는 수학은 그대로 유지된다. [뉴스1]

교육부와 국가교육과정개정연구위원회가 지난 12일 ‘문·이과 통합’ 교육과정의 총론 주요 사항(가안)을 공개했다. 현재 초등학교 6학년이 고1이 되는 2018학년도부터는 문·이과 통합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2021학년도)도 공통으로 치른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하지만 ‘문·이과 통합’에 대한 정부와 일반 학생·학부모의 시각차가 커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많다. 상당수 학부모는 이번 교육과정 개편으로 학교 현장의 문·이과 벽이 허물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단적으로 말하면 고2 때부터 문·이과로 나뉘는 현재의 시스템이 없어질 가능성은 작다.

 새롭게 바뀌는 교육과정의 핵심 내용과 문·이과 통합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문답으로 알아봤다.

 -새 교육과정은 언제부터 도입되나.

 “내년에 확정되는 새 교육과정은 학교급별로 순차적으로 적용된다. 초등학교는 2017학년도부터,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2018학년도부터다. 즉 고교의 경우는 2018년에 신입생으로 입학하는 현재의 초등학교 6학년부터 대상이 된다. 수능은 이 학생들이 시험을 치르는 2021학년도(2020년 말 실시)부터 적용된다.”

 -문·이과 계열 구분이 사라지는 것으로 알고 있는 학부모가 많은데.

 “그렇지 않다. 제도적으론 지금도 고교에 문·이과 구분이 없다. 다만 대입 전형에서 문·이과 계열로 나눠 학생들을 평가하기 때문에 고교에서 편의상 문·이과를 나눠놨을 뿐이다. 즉 수능에서 수학A형과 사회탐구를 보면 문과로, 수학B형과 과학탐구를 보면 이과로 나눈다. 새 교육과정에서도 수학은 문·이과(2017학년도부터 나/가형)로 나뉘어 출제될 전망이다. 수학 나형을 공부하는 문과와 수학 가형을 준비하는 이과는 그대로 존재한다는 의미다. 대학들도 현행대로 사실상 문·이과를 구분해 신입생을 선발하게 된다.”

 -그렇다면 뭐가 문·이과 통합인가.

 “현재 수능에서 문과생은 과학을, 이과생은 사회를 시험보지 않는다. 수능에 출제되지 않다 보니 학교에서 과학과 사회 수업은 파행되기 일쑤다.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문·이과 통합은 계열 구분 없이 모든 고교생이 사회와 과학을 배우고 수능시험을 보게 한다는 취지다. 그래서 통합사회·통합과학이라는 공통과목이 새로 생겼다.”

 -공통과목은 어떻게 운영되나.

 “현재 고교 교육과정은 모든 과목이 선택화돼 있다. 국어·수학·영어·사회·과학 5개 교과군별로 10단위(1단위는 한 학기 동안 주당 1시간 수업하는 분량) 이상씩만 세부 과목을 자율적으로 선택해 들으면 됐다. 그러나 새 교육과정에선 각 교과군의 대표 격인 공통과목들을 8단위씩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한다. 그 외 나머지 세부 과목들은 지금처럼 선택해 들으면 된다.”

 -공통과목에선 구체적으로 뭐를 배우나.

 “각 교과군의 핵심이 되는 내용들을 배운다. 국어·수학·영어는 현재와 큰 차이가 없지만 사회·과학은 변화가 크다. 사회·과학 교과군 안에는 각각 10개와 8개의 세부 과목이 있는데 이들 내용을 모두 통합해 배운다. 예를 들어 통합사회 내용 구성안을 살펴 보면 ‘Ⅱ. 행복한 삶’ 단원이 있다. 이 단원에선 동서양 철학적 관점(윤리)에서 행복의 의미를 탐구하고 행복을 위해 필요한 조건들을 민주주의와 경제적 관점(정치·경제)에서 살펴보도록 했다.”

 - 공통과목을 가르칠 교사들이 없을 텐데.

 “현재는 윤리·경제·지리 등 세부 과목별로 교사가 나뉘어 있는데 이를 통합해 가르칠 수 있는 교사가 필요하다. 교육부는 기존 사회·과학 교사들로부터 신청을 받아 공통사회·공통과학을 가르칠 수 있는 전담 교사를 200시간 이상 연수를 통해 양성할 예정이다.”

 -학생들의 학습 부담이 늘진 않나.

 “기본이 되는 내용만 가르치기 때문에 학습 부담이 늘지 않을 것이라는 정부 설명과 달리 실제 학생들 부담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통합 과목에선 사회·과학 전 분야의 내용을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윤석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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