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론」에 압도된 「현실론」|찬반 팽팽하던 교육세 매듭은 지어졌지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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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안에서 찬반양론의 진통이 심했던 교육세는 결국 신설하기로 정부방침이 확정됐다.
지난22일 이승윤재무부장관은 전두환대통령에게 교육세신설 방안을 보고, 재가를 받았다. 그자리엔 남덕우총리·신병현부총리겸 경제기획원장관을 비롯한 관계장관이 배석했다.
국회를 통과하는 절차가 남아있긴 하지만 내년부터 실시될것은 확실하다.
입안과정에서 재무부와, 내무부는 현실적 이유를 들어 연기내지 반대론을 펐으나 문교부를 중심으로한 교육정상화의 대의명분론에 밀려 신설하는 쪽으로 대세가 결정됐다.
당위론이 현실론을 압도했다고 풀이 할 수있다.
재무부와 내무부가 내세운 현실적이유라는 것은 첫째 가뜩이나 세금이 무겁다고하는데 새로 세금을 만들어 부과하면 자칫 조세저항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다. 둘째 장기화한 불경기여파로 타이밍이 좋지않다. 셋째 다른 방법을 다 강구해보고 난 다음하는것이 국민에게 설득력이 있다는것으로 요약된다.
이러한 이유에서 일찌기 재무부는 교육세반대를 공식입장으로 밝혔었고(김원기전장관의 기자회견) 내무부는 정부안 협의과정에서 부찬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지난해 7월30일 국보위가 발표한 『교육의 정상화및 과열과외 해소방안』의 공약을 지켜야되는 입장과 사실상 교육투자를 더이상 외면할 수 없는 절박한 현실때문에 정부는 교육세신설을 불가피한 선택으로 받아들인 것같다.
현재의 교육환경은 ▲과밀학급 ▲2, 3부재 수업 ▲교육시설의 미비 ▲교원처우의 낙후 ▲의무교육의 빈곤등 메우 심각한 처지에 놓여 있다.
이러한 나쁜 교육환경은 교육투자를 제대로 하지못한 당연한 결과다.
국민총생산(GNP)에 대한 공교육비의 비중을 보면 ▲소련7.6% ▲스웨덴 7.4% ▲미국 6% ▲프랑스5.6% ▲일본 5.5%(이상 75년통계)등 선진각국 모두가 5%를 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3.3% (81년예산)에 불과하다.
공교육비의 부족은 음성 과외비지출을 늘려 교육부조리를 조장한 것이 그동안의 현실이었다.
정부는 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82년부터 86년까지 총 4조5천6백억원의 재원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이중 현행 예산으로 지원하고 부족한 1조5천2백80억원(81년불변가격)은 교육세를 신설,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한해 평균 3천56억원, 올해 조세규모의 3.8%에 해당한다.
재무부가 마련한 교육세법안은 ▲이자·배당소득 ▲술값 ▲담배값 ▲재산세에만 국한시켜 부가, 징수하는 것으로 되어있어 조세마찰과 경제활동 위축을 최소화시켜보려는 흔적이 엿보인다.
경제기획원쪽에서는 소득세·법인세등에도 얹는 방법을 검토했었는데 그럴 경우 기업의 부담가중으로인한 경기타격과 근로소득자들의 조세저항감이 심할 것으로 판단한 것같다.
교육세 신설로 내년에 거두어질 세금은 2천4백10억원(81년기준)으로 국민1인당 6천2백10원꼴.
이미 내고 있는 각종 조세부담액이 1인당 20만9천7백원(81년·재무부추산)이므로 교육세가 실시되는 내년도에는 자연증가분까지 합쳐 25만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5인가족의 한집을 기준하면 조세부담액은 평균 1백25만여원.
특히 교육세가 집중적으로 부과되는 6대도시의 중산층에는 조세부담이 훨씬 가중된다.
교육세신설은 교육의 정상화를 위한 어쩔수 없는 재원마련의 방법이라고 받아들인다해도 납세자의 입장에서는 석연치 못한 점이 없을 수 없다. 예로부터 『신세는 악세』라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75년 방위세법을 새로 만들어 연간 1조원의 세금을 거두고있고 77년에는 부가가치세제를 도입, 놀라운 증세효과를 거두고있다.
부가세제는 영업세등 기존 8ㅐ간접세를 통합한 형식을 취한 것이지만 아직도 생소함과 마찰이 계속되고있다.
앞으로 교육세를 실시하게되면 방위세에 이어 두번째의 주요 목적세신설이 된다.
86년까지 5년간의 시한법으로 만든다고 하지만 방위세의 전례로보아 연장안된다는 보장이 없다.
방위세법은 당초 80년말까지로 시한을 정했던 것인데 85년말까지 5년간 연장됐다. 교육환경이 워낙 미비한데다가 의무교육 확충계획의 추진을 위해선 계속 막대한 재원이 필요할 것이기때문에 5년간 시한부는 지켜지기가 어렵지 않을까.
둘째는 정부가 신규 재정수요가 생길때마다 세금을 만들어 조달하려는 방식이다.
그러한 방식으로 대처하려든다면 사회보장세니, 공해방지세니 하는 또다른 목적세가 뒤따르지 않으리라고 누가 장담할수 있겠는가.
세째는 국민에 대한 설득력 문제이다. 세금을 신설하기에 앞서 정부가 얼마나 노력하고 애썼는가를 보여주어야한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각국에서는 요즘 「작은 정부」「값싼 정부」를 캐치 프레이즈로 내걸고 세금을 깎는일에 열중하고있다.
우리나라는 반대로 세금을 신설하면서 증세에 열을 올리고있으니 납세자가 볼때 불만스러울 수밖에없다.
다만 교육세 문제만큼은 자녀의 교육환경개선을 위해 어쩔수없다는 현실인식이 납세자들에게 있는 것 같다.
이제는 신세의 남용은 더이상 있어도 안될 것이고 새로운 세금부과에 응분하는 정부측의 재정의 효율적 집행과 절감의 노력이 있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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