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극적으론 호적-주민등록도 통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행정개혁위윈회가 본격적인 심의에 착수한 성장발전저해요인 개선작업의 대상은 지난 30년간 우리가 생활주변에서 거북하다고 느껴온 모든 제도와 법령을 총망라하고 있다.
이는 각시대를 청산하고 도약의 80년대를 지향하겠다는 제5공화국의 개혁의지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다. 또 동시에 관민이 냉정히 행정면에서의 자기반성을 하지않고는 성장과발전을 뒷받침해야할 행점이 오히려 이를 저해하는 질곡이될 것이란 의구를 바탕으로 하고있다.
정부는 개선작업의 방향을 선진산업사회와 개방사회 지향에 두고있다.
이에따라 2천년대의 행정환경을 예측해 새로운 법령·제도는 최소화하되 불필요한것은 최대한 폐지함으로써 행정의 안정성과 지속성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행개위가 선별한 현행법령·제도중 꼭 고쳐야 할것은 세가지 범주로 구분된다. 첫째는 건국후 3O년이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일제시대의 법령·제도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경우다.
그 대표적인것이 호적제도. 본적지와 거주지가 다른 국민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불편을 최대한 줄여보자는 의도에서 앞으로의 호적제도를 본적지중심에서 거주지중심의 행정제도로 발전시키고 궁극적으로는 호적과 주민등록을 통합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행정방향의 전환이 대만에서는 큰 성과를 거두었다.
둘째는 건국후 일제의 법령을 모방·변용해서 쓰고있는 법령들이다. 예컨대 민법은 임대차계약·상속제에서의 남녀차별, 동성동본에대한 결혼제약등 시대의 변천을 외면하고있는 조항들이 허다하다. 62년에 제정된 상법 또한 현행거래실정에 맞지않는 비현실적 규정들이 많다.
민법·상법은 육법에 속하는 기본적인 중요법률이고 이미 학계에서 논란의 대상이됐던 점을 감안, 앞으로 세미나·공청회등을 통해 전문가의 견해와 여론을 최대한 반영해 신중을기할 방침이다.
개정대상중 세째 유형은 60년대이후 급격한 경제성장과정에서 무수히 양산한 경제관계 제도·법령들이다. 이 부류에 해당하는 것들은 입법과정에서부터 졸속·임기응변등의 오류가 있었다는 지적을 받고있는데 가장큰 비율을 차지하고있다.
이들 개정대상의 제도·법령들이 안고있는 공통적인 특징은 사문화되었거나 시류에 맞지않아 실효성이 거의 없어졌거나 효력이 있더라도 일방적인 관위주로 운용돼 개인의 권리와 이익보장이라는 측면에서 정당성이 결여되고있는 점이다.
행개위는 심의대상을 선정하기에 앞서 정부내의 정책자문위윈회, 1백80개 민간단체로부터 광범위한 의견을 청취, 9백개의 제도·법령을 대상으로 예비심사를 벌였다. 그중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46개만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고, 행개위가 주축이 되는 개선심의위윈회에서 다루기로 하고 나머지는 각부처에 개선작업을 위임했다.
개정작업의 구체적 지침은 행정의 민주화·합리화, 경제운용의 효율화, 민원행정의 개선과 청탁소지의 근윈적 제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심의위원회는 이미 전두환대통령으로부터 과제선정에 대한 재가를 받았다.
건국이후 최대규모인 이번 제도·법령개선작업의 성공여부는 우리나라 행정의 고질적 병폐인 관료사회의폐쇄성과 부처간의 비협조성이 얼마만큼 극복될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이 작업을 추진하는 정부고위당국자들은 이 작업을 담당한 공무원들이 부처의 차원을 넘어서 국가장래를 내다보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만 현재공무원들의 멘털리티로 보아 그 결과가 과연 기대에 부응할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고있는 측도 있다.
개정 국가공무원법에 의한 부처간의 인사교류조차 제대로 못되고있는 현실, 그리고 우리의 행정체제가 지나치게 행정편의 위주로 길들여져 있다는 현실이 그러한 의문의 배경인것같다.
아뭏든 앞으로의 행정은 잡다한 규제나 제한을 되도록 줄이고 국민위주의 공개행점이 되지 않으면 국제화시대에 도저히 부응할수 없는게 사실이다.
따라서 개선작업 자체에서부터 관의 재량권 남용을 최대한 억제하고 「졸속」으로 또다른 저해요인을 만드는 일이 단연코 없도록 해야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