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학 감독, 2연패에도 "기죽지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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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만에 월드컵에 도전한 한국 남자 농구 대표팀이 2연패를 당했다. 그러나 유재학(51) 농구대표팀 감독은 선수들에게 "기죽지 말라"고 했다.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한국(세계 31위)은 31일 오후(한국시간) 스페인 라스팔마스 그란 카나리아 아레나에서 열린 2014 국제농구연맹(FIBA) 농구 월드컵 D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난적 호주(세계 9위)에 55-89로 대패했다. 전날 앙골라전(69-80)에 이어 2연패를 당한 한국은 D조 최하위로 내려갔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 16강 진출을 목표로 의욕적으로 준비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세계의 벽은 높았다. 그동안 준비해왔던 협력 수비, 빠른 스피드를 활용한 공격적인 농구는 찾아볼 수 없었다. 상대의 높이에 밀리고, 강점이었던 외곽슛마저 터지지 않아 경기 자체를 원활하게 풀지 못했다. 지난 7월 31일 뉴질랜드와 평가전 이후 1달 넘게 제대로 된 실전을 경험하지 못했던 탓도 컸다.

호주전을 마친 뒤 유재학 감독은 "역시 (한국보다) 세계 랭킹이 높은 팀은 기술뿐 아니라 신장, 힘이 월등하다는 걸 느꼈다. 앞으로 세계 무대에 더 넓게 경험하면서 몸소 느껴야 한다고 본다"며 냉정한 현실을 인정했다. 특히 격렬한 몸싸움이 인정되는 세계 농구의 흐름에 대한 적응력을 키울 것을 강조했다. 유 감독은 "체격이 작은 건 우리가 가진 엄연한 현실인데 격렬한 몸싸움을 하고 부딪히다보면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우리는 이에 대한 적응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유 감독은 농구 월드컵을 통해 얻는 소득에 대해 자부심을 느꼈다. 유 감독은 "이번 대회를 통해 나나 선수들 모두 '농구는 이런 것이다'고 경험하고 있다. 대신 지혜롭게 할 수 있는 부분을 우리가 못 하고 있는 면을 인정하고 있다. 이런 경험들을 계속 살리면 점점 나아지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고 했다. 유 감독은 선수들에게 "기 죽을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라나는 어린 선수들이 이런 경기를 통해 좋은 경험을 하고 경기력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면서 "이에 대한 적응력을 잘 키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세계는 물론 아시아에서도 경쟁하기 힘들 것이다"고 말했다.

대표팀 신예 센터 김종규(23·LG)도 유 감독의 생각을 이해했다. 김종규는 "우리가 강팀들을 상대로 이긴다는 것보다 배워갈 건 배운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할 것"이라면서 "세밀한 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남은 기간에 잘 가다듬겠다"고 말했다.

라스팔마스=김지한 기자 han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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