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학동중고품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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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시장바닥이 소란스럽다해서 이상할것은 조금도 없다.
그러나 손님을 소리쳐 부르거나 물건홍정을 하느라고 부산한 것이 아니라 가득히 쌓인 고물더미들을 두드리고 땜질하고 새로 페인트칠을 하는등의 소음만이 장터에 가득찼다.
서울황학동 성동공고에서 청계로8가 삼일아파트에 이르는 중앙시장은 각종 고물을 수집,재생해서 파는 1천여 중고품상들이 밀집해 있는곳.
서울의 골목골목을 누비며 리어카행상들이 엿·강냉이와 바꾸거나 현금을 주고 사모은 고물들의 최종집산지다.
이곳 상인들은 모두 취급상품에 대한 전문기술자를 겸했다.
전혀 쏠모가 없는 듯한 그야말로 「고물」도 이들의 손을 거치면 꽤 활용가치가 있는 번듯한 상품이 되어 나온다.
이를테면 이곳처럼 부가가치의 생산성이 높은 것도 드물다고 할까.
…이곳엔 전자골목, 가구골목, 자동차부속골목, 의류, 구두골목등 취급상품별로 저마다 구역이 있다.
전자·자동차부속골목이 가장 시끄럽고 또 요즈음 한철을 만난 곳으로 안돌아 가던 선퐁기도 이곳에선 돌아가게끔 손이 보아져 다시 팔려나간다.
선풍기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조경상씨(36)는 고물행상으로부터 78년형 14인치 선퐁기를 5천원에 사서 내부수리등의 손질을 한뒤 7천원 정도에 판다.
실내용 환풍기는 4천원정도로 적게 잡아도 1년은 쓸수있다고.
일반가정에서 물건을 사가는 경우는 드물고 주로 점포나 공장등에서 싼맛에 중고품들을 많이 찾는다.
이밖에 1만∼2만원정도하는 싱크대, 2천원 안팎의 프로판가스연소기등도 일반가정보다는 시중의 식당에서 많이 찾는 인기품목이며 1대 15만윈으로 이곳에선 비교적 고가품인 2백30원짜리 냉장고가 있는가 하면 무조건 1벌 1천∼1천5백원의 하복바지, 5백∼1천원의 남방셔츠등도 가난한 사람들에겐 훌륭한 기성복의 역할을 해주고 있다.
…이곳 황학동 중고품시장의 역사는 약25년쯤 됐다고 이곳 가구골목의 민영두씨(47· 황학동 110·한일카페주인)는 말한다. 동난직후의 폐허위에 하나 둘씩 모이기 시작한 중고품상들이 독자적인 시장을 이루며 성장해온 것이다.
민씨도 당시에는 이곳상인들에게 정기적으로「납품」을 하는 강냉이장수였다.
그러나 조금씩 돈을 모으고 상리를 배우면서 지난 71년 이곳 가구골목에 터를 잡았다.
이제는 중고가구업계에서 웬만큼 자리를 굳혀 가끔 감정원측의 자문에 응하기도 한다고.
요즈음 중고소파 1세트면 3만∼4만원, 철재호마이카 책상은 중간 크기가 1만원선이다.
…같은중고품이라도 좀더 오래되고 희귀성이 있으면 골동품이 된다.
황학동 중고시장옆에는 1백여점포에 가까운 골동품상들도 함께 있다.
굳이 고미술이랄것까지는 없는 떡살이 8천원, 개다리소반이 1만원, 말경대가 3만5천원, 은비녀 닷돈쭝 짜리가 8천원정도에 쉽게 거래되고 있지만 전문적인 고미술상도 있다.
정확한 고증은 없지만 약2백년전 것으로 추정되는 대추나무 디딜방아가 20만원, 제주도돌하루방이 60만원을 홋가한다.<김수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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