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타짜처럼 미인계 동원…명동 사채왕 사기도박혐의 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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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 사채왕의 법원·검찰에 대한 뇌물 혐의를 수사 중인 검찰이 사기도박 혐의를 추가로 포착해 수사에 나섰다. 사채왕 최모(60·수감 중)씨가 자신의 제천 별장을 수억대 사기도박판의 장소로 제공하고 도박자금을 대는 전주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검찰에 구속된 일당은 도박 피해자인 '호구'를 유혹하기 위해 미인계까지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강해운)는 6억원대 사기도박을 벌인 혐의로 주범 최모(67)씨와 서모(57·여)씨 등 사기도박단 일당 2명을 지난달 30일 구속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1년 10~11월 의정부출신 사업가 A씨(70)에게 '도박여행을 가자'며 꾀어 강원도 속초 콘도와 충북 제천의 별장으로 데려갔다.

하지만 그곳은 최씨 일당이 타짜(기술자)와 바람잡이를 동원해 미리 설계한 사기도박판이었다. 최씨는 A씨에게 같은 편이 돼서 도박을 하는 것처럼 속여 모두 6억여원을 잃게 만든 뒤 절반인 3억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최씨는 A씨가 돈을 잃고도 계속 도박에 빠지게 하기 위해 영화 타짜의 '정마담'처럼 도박판에서 호구를 유혹하는 인물인 꽃뱀을 참여시켰다. 또 A씨의 마시는 음료수에는 마약을 타서 판단력을 흐리게 만들었다고 한다.

검찰은 명동 사채왕이 도박 장소로 제공하고 주범 최씨에게 억대 도박자금을 제공한 뒤 수익 일부도 배분받은 점을 미뤄 공범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사채왕의 사기도박 혐의도 공무원들의 뇌물 혐의와 함께 과거 내연녀였던 제보자의 진정 내용에 포함돼 있던 부분"이라며 "별도로 입건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효식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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