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단짝 나이키, 삼성 '손목' 잡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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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전통적 우군 나이키가 새로 삼성전자와 손을 잡았다.

 삼성전자는 31일 자사의 스마트 손목시계(스마트워치)인 ‘삼성 기어S’에 ‘나이키 플러스 러닝’ 애플리케이션(사진)을 탑재했다고 밝혔다. 기어S에 내장된 블루투스와 3세대(3G) 통신망을 통해 나이키의 대표적인 운동량 측정 앱을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지금까지 스마트폰에서만 쓸 수 있던 앱을 손목 위로 그대로 가져온 것이 핵심이다. 기어S 사용자들은 스마트폰 없이 시계 하나만 차면 자신이 달린 경로와 운동량, 심박수 등을 확인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친구들과 운동량을 비교해 볼 수 있다. 앱에 자체 음악 재생기가 있어 운동 중에 음악도 들을 수 있다. 기어S는 오는 5일 독일에서 열리는 ‘유럽가전전시회(IFA 2014)’에서 공개된다.

 나이키는 그동안 웨어러블(착용 가능한) 기기 분야에서 애플과 긴밀하게 협력해왔다. 2006년 애플의 아이팟과 연동되는 스포츠화를 내놓았다. 또 2012년에 출시한 ‘퓨얼밴드(FuelBand)’ 앱 역시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애플 기기만을 지원했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9년째 나이키의 이사회 멤버이기도 하다.

 반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7월 미국의 스포츠의류 회사인 언더아머의 케빈 프랭크 CEO를 만났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업계에서는 삼성이 언더아머를 대항마 삼아‘애플-나이키 동맹’에 맞서는 것 아니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예상을 깨고 나이키가 퓨얼밴드의 안드로이드용 앱을 내놓으면서 굳건할 것만 같던 나이키-애플의 밀월관계에도 균열이 생기고 있다.

 업계에서는 나이키가 ‘퓨얼밴드 팔찌’ 같은 하드웨어 대신 ‘퓨얼밴드 앱’ 등 소프트웨어에 집중하기 위해서란 해석이 나온다. 웨어러블 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지는 국면에서 하드웨어로는 애플·삼성전자·모토로라·레노버 등을 이기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애플을 견제할 필요성도 생겼다. 나이키의 아담 로스 글로벌 러닝 브랜드 마케팅 상무는 “삼성 기어S와의 협업을 통해 더 많은 사용자들이 나이키 플러스 러닝이 가진 좋은 서비스의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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