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병 사건이 남긴 것…9월부터 달라지는 군대 문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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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부대에서 복무하는 병사들은 9월 1일부터 평일 일과후 애인이나 가족들을 만날 수 있게 됐다. 전방의 일반전초(GOP) 근무기간 면회가 제한됐던 병사들은 휴일 면회도 가능해진다. 또 일부 부대에서는 시범적으로 병사 계급별로 공용 휴대 전화 사용을 허용키로 했다. 국방부의 병영문화 양성화 정책에 따른 제도 개선 조치의 덕이다. 국방는 9월을 '국민이 신뢰하는 열린 병영문화 시작의 달'로 선포하고 지난 25일 민관군 병영문화 혁신위가 제안한 우선 혁신 사항 4가지를 시행키로 했다. 이 가운데 제도 개선만으로 시행할 수 있는 사항은 1일부터, 예산이 필요한 부분은 추가 협의해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국방부는 1일부터 10월 5일까지 육·해·공·해병대 모든 부대를 개방하기로 했다. 국방부 당국자는 "입대후 소통의 제한으로 부모들이 느끼는 불안감과 병사들의 고립감은 커진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모든 부대가 부대개방행사를 집중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둔지 또는 중·소대 단위로 초청행사에 참가하는 가족들은 병사들의 생활관이나 부대시설을 둘러봄으로써 장병들의 생활여건을 체감할 수 있고, 체육대회 등을 통해 병사들과 친교시간도 가지게 된다. 병사가족들에게 병영체험 시간을 제공하는 셈이다.

이와 함께 국방부는 일반부대 병사들에게 휴일뿐 아니라 평일에도 가족을 만날 수 있는 평일 면회제도를 1일부터 시행한다. 현재 주말이나 공휴일에 허용됐던 면회를 평일로 확대하면서도 일과 시간 이후에 가능토록 해 군생활에는 지장이 없도록 했다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면회 시간과 장소, 면회 대상 등 세부적인 시행방법은 장성급 지휘관이 정하도록 했다. 현재 외부 면회를 허용치 않았던 최전방 일반전초(GOP) 근무 장병들은 휴일 면회를 허용키로 했다. 국방부 당국자는 "GOP와 일선부대의 면회제도 개선으로 병사들의 복무 스트레스 해소와 고립감 완화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며 "부모와 가족들의 막연한 불안감을 없애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병과 일병, 상병, 병장 등 계급별로 공용 휴대전화를 지급하는 방안은 시범적으로 운용된다. 함께 생활하는 생활관(내무반) 병사 계급별로 대표자를 선정해 공용 휴대전화를 지급한 뒤 같은 계급의 병사들이 이 전화기를 가져다 사용하는 방식이다.

병사들 1인당 2.3㎡(0.7평)이던 주거면적도 6.3㎡(1.9평)으로 3배 가량 확대하는 등 병영생활관 현대화 사업도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국방부는 올해 예산 집행 우선 순위를 조정해 연내 개선이 가능한 부대는 설계와 착공을 하고, 내년 예산을 추가로 반영해 사업 진행 속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윤 일병 구타 사망사건 재발방지를 위한 국방부의 이같은 병영문화 혁신정책의 현실성에 대해선 우려의 시각도 만만치 않다. 신중한 검토없이 병영문화혁신위의 제안을 무차별적으로 받아들이다보면 군사보안에 취약해 질 수 있는데다, 병사들의 나약함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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