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력 잃은 장외투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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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 명. 28일 오전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 모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의 숫자였다. 장외투쟁을 선포하고 90여 명이 모여 투쟁결의대회를 한 지 사흘 만에 3분의 1이 됐다. 새정치연합은 이날부터 ‘장외투쟁’이란 용어 대신 ‘비상행동’이란 용어를 쓰기로 했다. 의원총회의 명칭도 ‘비상행동회의’로 바꿨다. 장외투쟁을 바라보는 여론의 시선을 의식한 조치였다.

 이날 밤 열린 첫 비공개 비상행동회의에서 새정치연합은 ‘장외투쟁 전략’ 대신 ‘국정감사 전략’을 논의했다. ‘최경환노믹스’에 대한 비판 전략이 안건이었다. 우윤근 정책위의장은 “최경환노믹스에 대한 건전한 비판이 중요하다”며 “원색적인 비난이 아니라 수권정당으로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제시한 30개 민생법안 중 11개는 상당한 문제가 있다. 10개는 합의가 가능하고 10개는 괜찮다”고 평가했다. 강남 3구에 대한 재건축 허용법안 반대 얘기도 있었다. 9월 정기국회 복귀를 전제로 한 논의였다.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비대위원장)은 “국회 예결위 회의실에서의 철야농성은 오늘이 마지막이다. 오늘도 (철야농성을) 원하지 않는 의원들은 하지 않아도 좋다”고 말했다. 이어 박 위원장은 30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위한 당원 문화제를 끝으로 정기국회에 복귀할 뜻을 내비쳤다.

 일부 강경파 의원들은 ‘회군’에 반대했다. 당 ‘을지로위원회’(약자인 ‘을’을 위해 만든 기구) 위원장인 우원식 의원은 “여론이 갈수록 유가족들의 요구가 심하다는 쪽으로 흐른다”며 “유가족들이 여당과 직접 담판해 여기서 동의해버리면 야당은 뭘 했느냐는 소리를 듣게 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의원은 “130명 의원들이 다 (장외투쟁에) 참여했으면 이길 수 있었는데 이 자리에 오지 않은 의원들이 당을 깨고 있다”고 했다. “다 뭉치게 하지 못한 박영선 위원장의 잘못”이라는 비난도 나왔다.

 하지만 당 지도부가 “오늘은 정책의총이다. 정기국회 정책과 관련한 내용만 듣겠다”며 강경파들의 발언을 중단시켰다.

 새정치연합이 사흘 만에 노선을 변경하려는 배경은 세월호 유가족과 여론이었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46일째 단식을 이어가던 ‘유민 아빠’ 김영오씨는 이날 단식을 중단했다. 유경근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야당은 국회로 들어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박주선·황주홍 의원 등 장외투쟁에 반대한 ‘15인 성명파’ 의원들은 박 위원장을 찾아 “명분 없는 장외투쟁을 철회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자리에서 박 위원장은 “(정기국회가 열리는) 9월 1일부터는 (국회에) 들어가겠다”고 말했다고 황 의원이 전했다.

강태화·이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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