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투쟁' 간판 내린 새정치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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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30여 명. 28일 오전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 모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의 숫자였다. 장외투쟁을 선포하고 90여 명이 모여 투쟁결의대회를 한 지 사흘 만에 3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잠시 뒤 서울 강남역 30명, 명동 40명 등 거리 시위를 위해 모인 의원들은 70명으로 불어나긴 했다. 그러나 이들도 한 시간의 피케팅 시위를 끝낸 뒤엔 서둘러 해산했다.

 새정치연합은 이날부터 ‘장외투쟁’이란 용어 대신 ‘비상행동’이란 용어를 쓰기로 했다. 의원총회의 명칭도 ‘비상행동회의’로 바꿨다. 장외투쟁을 바라보는 여론의 시선이 갈수록 따가워지고 있어서다.

 반면 장외투쟁에 반대하는 성명을 낸 새정치연합 중도파 의원들의 움직임은 더욱 활발해졌다. 오전 일찍 의원회관 708호 박주선 의원실에 ‘15인 성명파’ 중 10명이 모였다. 김동철 의원은 “(우리 당의)투쟁방향에 문제가 있다. 수정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조경태 의원도 “야당은 시민단체 수준이다. 수권정당·책임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했다. 김영환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회를 포기하는 것은 이순신 장군이 화포를 버리고 칼로 싸우는 꼴”이라고 강경파들을 비판했다. 오전 회의에서 뜻을 모은 박주선·황주홍 의원 등은 오후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비대위원장)도 면담했다. 그러곤 “명분 없는 장외투쟁을 철회해달라”는 요구를 전했다. 15인 성명파 외에 박 위원장의 ‘멘토’로 불리는 박지원 의원도 가세했다. 박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야당은 장외투쟁을 중단하라”고 썼다. 지금까지 강경론에 힘을 실었던 입장에서 선회했다.

 장외투쟁을 이끌고 있는 지도부는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우선 ‘유민아빠’ 김영오씨가 이날 46일간의 단식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김씨의 단식 중단은 “생명을 구해야 한다”는 장외투쟁의 명분 중 하나를 잃게 했다. 유경근 세월호참사가족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야당은 국회로 들어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해달라”고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새누리당과 유가족 간 협상 테이블에서도 소외됐다. 박 위원장은 이날 비공개 비상행동회의에서 “유족들이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의 상황에 변동이 있다는 얘기를 했다”며 “자세한 내용은 나도 잘 모른다”고 말했다고 한다. 협상에서 소외된 현실에 대한 토로다.

 급기야 당내에선 장외투쟁을 중단하기로 했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 ‘15인 성명파’들과 오후에 면담을 한 자리에서 박영선 위원장은 “예결위 회의장 철야농성을 오늘(28일) 끝내기로 했으며, 9월 1일부터는 (국회에) 들어가겠다”고 말했다고 황주홍 의원이 전했다. 하지만 박 위원장은 사실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모른다”고 부인했다.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당론이니 따르겠지만 예결위 회의장에서 철야농성을 하더라도 방법이 잘못됐다고 적극 설득하겠다”며 “정기국회까지 이런 식으로 국회를 보이콧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

강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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