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형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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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북「아일랜드」는 그림엽서처럼 아름다운 곳이다. 온화한 기후와 푸르른 평원. 굽이굽이 조용한 강들이 흐르고, 숲이 우거지고, 북가풍의 붉은 벽돌집들이 정치를 돋운다.
바로 그곳에 요즘 흉흉한 바람이 불고 있다. 살기마저 감돈다. 폭탄이 터지고, 총성이 오간다. 주민들은 우유와 빵과 통조림을 비축하고 창문을 잠가놓고 있다.
「에이레」공화국군 (IRA)게릴라와 프로티스턴트계 「얼스터」방위군 (UDA) 사이의 분쟁이 12년만에 재연한 것이다.
『종달새를 가두는 일처럼 잔인한 죄악은 없다. 자유와 행복의 상징. 나는 가엾은 한마리 새] 바로 이번 분쟁의 화근이 된「보비?샌즈」의 옥중시.
지금 그는「메이즈」의 감옥에 갇혀 화장지에 이런 시를 쓰며 벌써 60여일의 단식을 계속하고 있다. 만일 그가 죽으면 북「아일랜드의 초원과 푸른 강물은 다시 피로 물들고 말 것이다.
27세의 청년「샌즈」는 IRA게릴라 지존자. 지난 4월초순 그는 가톨릭교도가 많은 선거구에서 영국의 본국의회 하원의원으로 당선되었다. 그러나 영원의 몸으로 묶여있으며 요즘은 스스로 순교자(?)가 되려 하고 있다. 그의 주장은 정치범의 대우를 해달라는 것이다.
옥중의 정치범은 평복을 입을 수 있으며 노역이 면제된다. 그러나「대처」수상은 단호히 거부했다. 무기불법소지로 14년형을 받고 복역중인 그가 정치범 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분쟁의 뿌리는 이처럼 단순하진 않다. 17세기 영국왕「제임즈」2세이후, 영국의 가톨릭과 프로티스턴트 교도사이엔 마음의 응어리가 풀리지 않고 있다. 카톨릭을 신봉하던 「제임즈」2세는 고의로 가톨릭계를 우대했다. 프로티스턴트들은 그때의 원한을 잊지 앉고 있다.
지금 북「아일랜드는 1백50만 주민의 30%가 가톨릭신자이며, 65%가 프로티스턴트다. 1921년 북「아일랜드」가 영국의 지방자치정부로 발족하면서 지방정부의 요직과 의회의 다수는 자연히 프로티스턴트계에 돌아갔다. 따라서 소수인 가톨릭계는 소외감을 갖게 되었고 실제로 차별대우도 없지 않았다. IRA의 시초는 하나의 민권운동이었다.
그러나 종교분쟁은 생사를 초월하기 쉽다. IRA지도자들은 금세기 들어 벌써 12명이나 단식투쟁으로 생명을 바쳤다. 지난 12년동안 잇단 폭동과 암살로 2천명 이상의 인명이 희생되고 1만7천명이 부상했으며 8천명이 감옥에 갇혔다.
분쟁의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다.
「로마」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특사를 보냈으나 평화의 빛은 여전히 보이지 앉는다.
「샌즈」는 굶어죽을 것같다는 외신도 있다.
가히 전쟁 일보전의 상황.
현대가톨릭에 새바람을 불어넣었던 「요한 23세는 이교도(heretic)를 처음으로 「헤어진 형제」 (세퍼레이트?브러더) 라고 부른 교황이었다. 북「아일랜드는 아직 중세의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것인지-. 하나님의 뜻도 「헤어진 형제」일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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