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공군 전투기 '유로파이터 타이푼' 109대 중 8대 가동 … 대부분 가동 어려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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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공군의 차세대전투기(F-X) 사업의 주요 후보기였고, 현재 독일 공군의 주력 기종인 유로파이터 타이푼이 대부분 가동이 어려운 것으로 드러났다.

독일 일간지 ‘슈피겔’ 온라인은 25일 독일군이 보유해 실전배치한 유로파이터 타이푼은 모두 109대. 이 중에서 실제로 가동이 가능한 것은 8대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또한 군 내부 보고서를 인용해 ‘예비 부품 부족에 따른 수리 지연 등이 주요 문제’라고 지적했다.

독일 공군의 이같은 상황은 전투기 운용에서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PBL 비용을 맞추기가 어렵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PBL은 무기체계 후속군수지원사업으로 정비나 부품 교체 등이 주요 요소다. 전투기는 한 번 구입하면 30년 가까이 운용하기 때문에 전투기 기체를 구입하는 비용보다 PBL에 더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당초 독일 공군은 유로파이터 타이푼을 250대 주문하려고 했으나 유지 비용에 대한 부담 때문에 180대로 줄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다시 143대까지 줄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드러난 독일 공군의 실태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이 커지는 상황에서 충격파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즈도 26일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을 계기로 서유럽의 주요 국가들 사이에서 국방비 삭감을 재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독일은 한때 유럽에서 가장 많은 병력과 국방 예산을 사용했지만 통일 후에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2013년 유럽 주요 국가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에서 독일은 1.3%로 최하위권이다. 영국(2.4%), 프랑스(1.8%)보다 적은 것은 물론이고 나토 회원국 평균인 1.6%보다도 낮다. 독일 보다 낮은 국가는 2008년 외환위기 이후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이탈리아(1.2%) 정도였다.

한편 일각에서는 도입한지 10년 남짓한 전투기가 PBL에 허덕이는 것은 해당 전투기 프로그램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양욱 국방안보포럼 선임연구위원은 “독일같은 경제 강국이 PBL에 묶여 가동률이 10%대도 안 된다는 건 심각한 문제다. 해당 기종의 운용 프로세스를 검토해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유로파이터 타이푼은 미국 록히드마틴의 F-35ㆍ보잉의 F-15 SE 등과 함께 우리 공군의 F-X 사업에 입찰했다가 탈락했다. 방위사업추진위원회는 지난 3월 F-35를 차기 전투기 사업 기종으로 결정하고, 40대를 구매하기로 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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