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소전약 체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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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국이, 특히 「레이건」행정부가 소련과의 데탕트에 회의적인 자세로 대소강경책으로 기울어 왔음은 세상이 아는 일이다.
데탕트의 상징이어야할 전약무기제한협상(SALT)은 오히려 소련에 전약병기의 우위를 보장해 주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가령 지난 10년간 소련이 전약병기의 부문에 지출한 예산은 실질베이스로 미국의 3배나 되었다. 79년 미국중앙정보국 (CIA)보고를 보면 소련은 78년에 1천4백60억달러를 군사적목적에 투입했는데 같은해 미국의 1천2백억달러와 좋은 대조가 된다.
소련의 전약병기증강은 80년대에 계속되리라는 것이 미국과 「유럽」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79년에 「브라운」 국방장관이 구체적으로 지적한바에 따르면 소련은 SS-18과 SS-19라는 신형미사일을 개발하여 미국의 지상발사 대륙간탄도탄(ICBM)의 거의 모두를 일시에 파괴할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 지하사일로에 격납된 미니트맨 미사일도 파괴를 면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제1단계 SALT에 비판의 소리가 높고, 제2단계 SALT에 대한 비준이 보류되고있는 것이,이런 사정을 고려하면 오히려 당연한 일같이 보인다.
그동안 소련이 미국보다 전약병기의 분야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있는가가 시끄러운 논란의 대상이 되어왔다. 그러나 「레이건」 행정부의 등장과 함께 소련의 전약적우위는 기정사실인것으로 전제하고 대소군사전약에 대한 철저하고도 전면적인 재검토가 진행되어 왔던 것이다.
「레이건」의 주장은 소련의 우위는 고사하고 전약면의 동등한 위치도 용납할수 없고 미국이 지난날의 우위를 되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 하나의 시안으로 나온것이 대량수송능력에 의존하는 종래의 속전속결전약에서 재래식 장기전으로 전환할것을 구상중이라는 「뉴욕·타임즈」의 보도다.
미국은 그동안 한국에서의 「팀·스피리트」, 태평양해역에서의 「림팩80」같은 기동훈련을 통하여 소위 단기전에 대비해 왔다. 서울방위의 6일전, 9일전의 구상도 그렇게해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예컨대 태평양이 전화에 휩싸일 경우 미국본토의 서해안에서 서태평양까지 14일 걸려야 공모기동부대가 이동할수 있고, 거기서 「디에고가르시아」까지 다시 7일이 걸린다. 「팀·스피리트」때는 미국의 「호놀룰루」기지에서 한반도까지 7시간이 걸렸다.
현재 태평양지역에 총병력 32만의 미군이 배치되고 그중 극동과 인도양의 전선에 불과 14만명이 주둔하고있다.
만약 소련이 중구·인도양·동북 「아시아」에서 동시에 3개 전선을 펼 경우 미국본토로부터의 대량공수에 의존하는 전략은 허점을 노출할 위험을 지적하지 않을수 없다.
특히 소련지도층이 핵전쟁의 무서운 파괴력을 충분히 인식하고 68년의 「체코」 사태후에는 「바르샤바」 조약군의 통상병력을 강화하여 「나토」의 79만에 대해 96만의 지상군의 우위를 유지하고있는 속셈을 놓쳐서는 안되겠다.
가상에 불과하지만 미국과 소련이 자신들이 개발한 가공할만한 핵무기에 손발이 묶인채 재래식 장기전을 치를때 「유럽」 전선서 지상군의 열세를 당하면 미국의 통제부는 극동과「유럽」을 놓고 우선순위의 선택을 강요당할지 누가 아는가.
「뉴욕·타임즈」의 기사는 내용이 충실치 않다. 그것을 토대로 환성을 올리거나 이맛살을 찌푸리기는 이르다.
그러나 일반론으로 말해서 장기적인 전제가 되는 미군지상전투부대의 계속 주둔·강화, 새로운 배치, 그리고 전쟁물자의 비축은 환영할만한 일이라고 하겠다.
뿐만 아니라 우선순위에 있어서도 소련과 동구권의 서구위협이 추상적·일반적이라면 북괴의 한국위협은 구체적·현실적인 것임을 고려에 넣기 바란다.
더우기 이런 전약변경이 주한미군의 강화를 의미하는 쪽이라면 더욱 환영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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