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세 팽창 견제 위한 레인건 전략 뒷받침|미국무·국방의 중동·구주 나들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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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헤이그」미국무장관과 미국방장관의 중동「유럽」순방은 점증하는 소련세력의 확장을 견제하기 위한「레이건」행정부의 새로운 세계전략수립의 목적을 띠고있다.
「레이건」대통령이 병상에 누워있는「워싱턴」의 불편한 사정을 무릅쓰고 가장 중요한 2명의 각료가 해외 순방길에 나선 것은 새행정부의 세계전략수립과제가 워낙 절박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과 중동 4개국을 순 방한「헤이그」는 이번 여행을 통해 『전략적 합의점』을 마련하는데 가장 큰 역점을 두었다.
특히 78년 9월「카터」대통령주도하의 중동평화협정(「캠프·데이비드」협정)이 맺어진 이래 미-「사우디아라비아」, 미- 「요르만」의 관계는 계속 악화돼 왔기 때문에 이 지역의 안정을 위해선 이 두 나라와의 관계을 개선시키는 것이 가장 급한 과제로 등장해 왔었다.
이번 여행을 통해 「헤이그」가「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해 5대의 조기경보기를 포함한 최신군사장비를 판매하기로 약속 한 것은「이집트」를 제외하고 「캠프·데이비드」협정에 불만을 품어오던 중동각국을 무마하기 위한 조치로 평가되고있다.
「이집트」와「이스라엘」의 중간에 자리잡고 있는「시나이반도에 미군병력을 주둔시키기로 결정한 것도 중동지역에 대한 소련세력침투를 사전에 저지하려는 조직적 포석에서 나온 것이다.
미국은「시나이」에 주둔할 4천명의 국제평화유지군중 2천명 정도를 미군으로 채우겠다는 복안을 제시해「이스라엘」의 지지는 얻었으나「외세」에 항상 거부 반응을 보이고 있는 다른 중동국가들의 태도는 여전히 냉담하다.
무엇보다도 중동사태해결을 어렵게하는 것은 사태를 보는 미국과 중동 각국의 근본적인 견해차다.
「레이건」행정부는 『중동평화의 최대장애물은 소련제국주의』라고 주장하는 반면 중동각국은『최대의 장애물은 소련이 아니라 바로 미국이 감싸고있는「이스라엘」』 이라고 보고있기 때문이다.
스스로『중동을 배우러왔다』는 「헤이그」의 중동순방의 초기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됐을지 몰라도 근본적인 정책의 재검토를 바라는 중동 각국의 요구를 충촉시키기에는 여전히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할 것 같다. 「헤이그」에 비해서「와인버거」국방장관의「유럽」여행은 보다 구체적인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레이건」행정부는 무엇보다도「나토」국방상회의가『소련의 행동(「폴란드」침공 가능성등)과 미소간의 무기통제 협상문제를 서로 연결시키겠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한데 크게 고무돼 있다.
「니트」국방상회의는 또「유럽」에 대한 미국의 전술핵무기배치를 계획대로 추진할 것이며 소련이 2백20기의 중거리미사일 SS-20을 배치(이중3분의2는「나토」각국겨냥)한데 대한 우려를 나타내는 등 대소견제를 위한 서방측의 결속을 과시했다.
이 같은 결정은 군사력만회를 위해 되도록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레이건」행정부에 미소간의 SALTⅡ 재협상을 연기할 수 있는 구실을 제공해 준 셈이다.
「와인버거」가「나토」국방상회의에서 이례적으로 소련의 군사력 배치상황을 찍은 비밀첩보위성사진을 공개하면서 동맹국들에 소련세력을 견제하기위한 공동의식을 불어넣는데 안간힘을 쓰기도 했지만「레이건」행정부의 기본외교전략인 대소련계이론 전략이「나토」회원국들의 만장일치 지지를 받은 것은「레이건」행정부의 큰 외교적 승리로 평가된다.
물론 이번 회의도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서독등이 미국의 정책에 가강 큰 제동을 걸어오기때문이다.
「슈미트」서독수상은 여전히 미소전략무기 제한협정을 조속히 재개하도록 촉구했다.
또 「와인버거」가 미국의 국방비 증액계획을 설명하면서 동맹국들에도 이와 유사한 비율로 방위비 부담액을 늘리도록 촉구하고 있으나 각국의 국내사정과 데탕트의 잇점을 보고 있는 많은 나라들이 미국의 제의에 그대로 따르기를 꺼리고있다.
더 이상의 소련세력확장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대소강경책에 근거를 둔「레이건 행정부의 새로운 세계전략은 이제 탐색의 단계를 지나 점차 구체화되면서 바야흐로 이에 대한 테스트를 받는 시기로 접어든 것 같다.【워싱턴=김건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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