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전개될까…「당우위론」|-민정당의 집안사정을 보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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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1대국회의 개원을 눈앞에 두고 정가의 관심은 민정당의 「새 국회상」 모색에 집중되고 있다. 과연 새 국회상은 무엇이며 어떻게 정립될 것인가. 이에 대한 민정당의 첫 회답이「당우위론」으로 나타났다. 「당우위론」은 구체적으로는 총무보다 총장의 권한을 크게 하고 의원들의 개별행동보다는 당 통제력의 강화를 의미함으로써 이렇게 될 경우 정치패턴이 크게 바꿜 것은 필지의 일.
『국회의원은 당의 파견원』 이란 권정달 사무총장의 발언에서「당우위론」의 방향을 단적으로 드러내 준다.
이를 놓고 민정당 뿐 아니라 민한·국민당까지 앞으로 국회의원들의 활동에 어떤 한계를 보여준 것이 아닌가 하고 신경을 곤두 세우고 있다.
○…권총장의 당우위 주장에 맞춰 민정당은 중앙사무국기구도 정책위산하의 정책조정실을 총장산하로 편입하고 총장산하에 새로 의원실·경리실 등을 만드는등 중앙사무국의 권한을 대폭 강화했다.
또 과거 공화당이 부장 (민정당의국장) 을 사무국 실무요원 중에서 임명한것과는 달리 민정당은 △정책조정실장 △중앙정치연수원장△선전국장△청년국장등에 전국구출신의 현역의원을 임명하고 그밖의 국장들도 전국구 예비후보로 임명함 으로써 사무국지위를 크게 격상시켰다.
사무국이 조직과 정책지원에서 실질적으로 의원들의 원내외 활동을「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려는 체제정비라 하겠다.
민정당 조직국은 3.25 총선에서 의원후보들이 지역구에서 개인적으로(?)제시한 공약들을 모두 수집해 「가」 「불가」로 분류해 본인들에게 직접 통고함으로써 의원의「개별행동」에 1차적으로 제동을 걸 태세다.
앞으로 지역구출신은 지역구민의 의사를 정책으로 제시하고 전국구출신 61명은 직능별로 정책개발에 참여시키며 재력있는 의원이 자기 돈으로 용역을 주거나 연구소를 차려 정책을, 개발하는 것은 권장할 방침이다.
이상재 사무차장은 『당주도란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 알맹이 있는 정책을 제시할 때 이뤄지는 것』 이라고 정책활동을 특히 강조하고있다.
의원들의 정책개발, 원내활동, 의원외교 등 실적을 모아 점수를 매기고 이를 다음 선거 때의 객관적 고과기준으로 삼으면 지역구에서의「공약」이나 국회 안에서의 인기발언은 저절로 없어질 것이라는 계산이다. 앞으로의 조직개편과정에서 지방조직의 상당부분을 중앙당이 직접 관장토록 해 『국회의원이 없어도 돌아갈 수 있는』(이차장) 조직을 만들어가겠다는 복안이다.
이차장은『국회의원을 힘으로 컨트롤하려고 하면 소리만 난다』 며 『정당차원의 활동을 하도록 모든 뒷바라지를 해주겠다』고 했다.
민정당은 6일부터 2박3일간의 집체훈련으로 의원들에 대한 교육을 시작하고 1백만 당원 전원을 이런 방향으로 교육하여 체질화시킨다는 방침이다.
○…민정당안에서는 권총장의「당우위」주장을 「당중심」 으로 봐야한다는 해석을 하는 사람도 많다.
국회에 대한 단순한 우위가 아니라 당 중심으로 국회대책이 짜여지고 의원활동의 방향이 결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뿐아니라 대행정부관계에 있어서도 당이 인센티브를 쥐고 입법이나 예산문제들을 다뤄야 한다는 뜻이지 단순히 사무총장이 원내총무를 지휘감독하는 차원이 아니라는 풀이다.
또 당중심의 국회운영이 되면 의원이 국회에서 개별적으로 지역구나 개인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례를 최대한 억제할 수 있다는 사정차원의 배려도 있는 듯하다. 『새국회법장 상임위원회에 예산 예비심사권이 없어 의원의「청탁폭」을 제도적으로 상당히 제한하고 있지만 그래도 혹시 탈선행위가 있을 것에 대비해 당으로서는 조치를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윤석순 사무차장의 말이 이를 뒷받침한다.
의원의 지역구활동도 사무국등 공조직을 통해 하는 식으로 공식채널이용을 제도화 하겠다는것이 당 간부들의 구상이다.
행정부와의 관계에 있어서는 법안은 물론 시행령·중요정책까지 당이 사전심의하여 이른바 「시녀론」이 나올 여지가 없게 하자는 뜻도 있는 것 같다.
○…당우위론은 이미 20년전 공화당 창당초기에도 제기된 적이있다.
이른바「JP플랜」이라고 지칭되던 당조직의 완화구상은 당시의 최고위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쳐 큰 변질을 겪었다.
공화당사건조직에 참여한 혁명주체들은 정당조직이 선거철에만 동원되어서는 안되고 평상시에도 항상 가동되어 의원들의 원내 활동을 뒷받침하고 선거때는「막대기」를 공천한다 해도 당선을 시킬 수 있는 공조직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1백31개 지구당의 사무국장을 모두 중앙에서 내려보냈고 지구당 위원장의 지시보다는 중앙당의 지시를 더 존중토록 교육을 시켰다.
1천3백여명이나 되는 사무국요원들이 지방까지 내려가 지구당 위원장을 오히려 지휘했다.
이같은 비대한 사무국조직에 대해 정치에 참여하려던 최고외윈들은 마치 국회의원을 바지저고리로 만들고 무력화시키려는 음모라는 이유를 들어 사무국기구 축소와 권한약화를 요구했다.
결국 진통을 거듭한 끝에 지구당위원장 추천에 의해 사무국장을 임명한다는 선에서 타협을 보게됐다. 그 결과 사무국장은 완전히 위원장 측근인물로 기용되게됐고 지구당 조직도 당초의 공조직구성과는 상당히 거리가 먼 것으로 탈바꿈 했다.
○…『총무십니까. 접니다. 저보다도 당의장께서 오늘 청와대 연석회의에서 원내보고로 무슨 말씀을 하실지 좀 알아보라고 하십니다.』
『원내문제는 총장께서 염려 안하셔도 되겠읍니다. 연석회의때 들어보시면 아시겠지만 별것은 없읍니다.
사무총장과 원내총무간의 간단한 이 통화는 과거 4공화국시절 공화당 사무총장과 원내총무간의 관계를 단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당서열상으로는 원내총무가 사무총장보다 뒤쳐지지만 국회운영에 관한 한 총무는 거의 절대적 권한을 행사했다.
사무총장이 원내총무에게 협의할 일이 있어도 흔히 당의장의 이름을 빌어 한마디 거드는 것이 보통이었고 심한 경우 총장과 총무사이의 대화가 거의 단절되는 상황도 없지 않았다.
당시에 이처럼 양자관계가 묘했던것은 개인적인 라이벌 의식도 있었지만 사실은 청와대쪽에도 책임이 없지 않았었다. 원내문제는 총무를 따로 불러 지시를 내렸고 당내문제는 총장을 따로 불렀다.
일의 성격상 총무 단독으로 처리하기 곤란한 일이 있게 마련이고 어디까지 원내문제이고 어디까지가 당 차원의 일인지 구별되지 않는 일도 많을 수 밖에 없다.
앞으로 이런 문체는 사무총장 우위체제로 어느 정도 해소되겠지만 다른 정당을 항상 상대해야하는 원내총무의 감각을 사무총장이 어떻게 실감하고 소화하느냐가 문제일것 같다.
○…민정당이 구상하는 당우위가 진정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한다는 의견이 많다.
소속의원이 당명에 복종하고 당과 호흡을 같이하려면 먼저 철저한 당내 민주주의가 확립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당론결정과정에서 충분히 의견을 내고 또 그 의견이 존중되어야 하며 소수당간부에 의한 하향식 당 운영이 자행되어서는 안되겠다는 주장이다.
특히 원내총무가 국회문제를 일일이 다른 당 간부의 지시에 따라 처리해나간다면 상대당 총무로부터 불신을 받게 되기 쉽다. 그렇게 되면 야당총무가 원내총무를 따돌리고 바로 실력자를 상대하려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그냥 흘려 넘겨서는 안될 것같다.
따라서 이문제는 운영의 묘, 특히 고위층의 당 운영방침에 좌우되리란 견해가 지배적이다 <고흥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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