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배타적 민족주의 갈수록 강화…언론 검열 논란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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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일간지 하레츠의 칼럼니스트 기디온 레비는 이달 초 개인경호원을 고용했다.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민간인 사상자 발생에 대해 이스라엘 정부를 비판하는 칼럼을 게재한 후 살인 협박을 받았기 때문이다. 지난달 8일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겨냥해 가자지구 공습을 개시한 후 짙어지는 이스라엘 내 민족주의의 어두운 면을 보여준다.

이스라엘인들의 배타적 민족주의 정서는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이스라엘 민주주의연구소가 지난달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중 95% 이상이 “공습은 정당하다”고 답한 반면 “공격이 지나쳤다”는 의견은 3.5%에 그쳤다. 이런 여론을 업고 나프탈리 베넷 경제장관 등 강경파는 “하마스 전멸 때까지 휴전이란 없다”고 주장한다. 베넷은 극우 민족주의 성향인 이스라엘 가정당 대표로 지난해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네타냐후 총리로부터 연정에 참여하는 대가로 장관직을 받았다. 중도우파인 네타냐후 총리 역시 강경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는 정치 구조다.

이스라엘 국민의 민족주의 정서는 젊은 층에서도 두드러진다. 이스라엘 사회학자 아이단 야론은 신간 『학교에서 마주친 장면들』에서 “모든 아랍인이 죽기를 바란다. 내 손으로 죽이고 싶다"고 말하는 10대 소년을 소개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스라엘 국민 중 자신을 민족주의 우파로 규정하는 사람들이 지난해 40%에서 올해엔 60%로 늘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발도 해외파 이스라엘인을 중심으로 강하게 일고 있다. FT는 "해외의 이스라엘인들 사이에선 민족주의 일변도로 치닫는 조국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출신으로 네덜란드 의학연구소 소속인 이타마르 로넨 박사는 본지에 e메일을 보내 “하레츠는 제대로 된 유일한 언론”이라며 “이스라엘은 강경파에 휘둘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스라엘 언론에 대한 검열 논란도 일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달 초 이스라엘 정부 측 검열관이 “가자지구 공습 관련 기사를 미리 제출해 검토 받으라”고 지시했다고 폭로했다.

가자를 둘러싼 포성은 멎지 않고 있다. 22일(현지시간)엔 가자지구에서 날아온 박격포로 이스라엘 4세 아이가 사망했고, 23일엔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으로 팔레스타인 2명이 사망하고 13층 건물이 파괴됐다. 지금까지 팔레스타인 측 사망자는 2085명, 이스라엘 측 사망자는 68명으로 집계됐다.

전수진 기자 sujin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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