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란은 「조선정벌」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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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최근 일본의 한 월간지가 임진왜란을 「조선정벌」이라고 썼다가 재일 동포의 항의를 받고 즉각 정정과 함께 사과문을 내 교포사회에 화제가 되고있다.
일본의 역사관계 월간지 『역사와 여』(동경 추전 서점발행)는 최근 발행된 4월호에 정정 및 사과문을 내고 『임진왜란은 명백한 일방적인 침략이므로 「정벌」이라는 말은 결코 써서도 안되며 역사용어로서도 「조선정벌」이라는 표현은 부당하므로 정정과 함께 깊이 사과한다』고 밝히는 한편 이를 항의한 재일 동포 한광웅씨(「오오사까」에서 발행되는 교포신문공동신문의 편집국장)의 특별기고 『어째서 「조선정벌」인가』를 함께 게재했다.
한씨는 기고에서 『「도요또미·히데요시」(풍신수길)가 4백년 전에 조선에 대해 저지른 군사행동을 아직까지도 「조선정벌」이라고 부르는 것은 역사적 평가를 수반한 말이므로 이를 간과할 수 없다』고 말하고 『이런 말을 쓰는 사람의 의식·사상·가치관을 문제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한씨는 『「정벌」이라는 말은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 아니면 상급자와 하급자의 관계에서 쓰여지는 말』이라며 『「조선정벌」이라는 말도 원래는 일본이라는 우월자가 조선이라는 열등자를 다스린다는 의미로 부당하게 쓰여져 왔다』고 지적했다.
한씨는 『정벌이라는 말은 또 죄 있는 자를 쳐서 다스린다는 의미도 되므로 「도요또미·히데요시」의 조선에 대한 두 차례의 군사행동도 복종해야할 자가 복종하지 않은데 대한 징죄의 의미로 「조선정벌」이라는 말을 써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 말이 처음으로 등장하게 된 것은 한일합방직후의 이른바 제2기 국정교과서(l910년9월 발행) 때부터 이며 한반도를 식민지화하기 위해 소위 대국주의적인 「조선정벌」사관을 주입하기 위해 일본이 날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씨는 이에 앞서 이 잡지에 문제의 글을 쓴 「시마오까」(도강신)씨에게도 항의문을 낸 결과 처음에는 『옛날부터 써온 말이고 갖고있는 역사책이나 참고서에도 조선정벌이라고 쓰여져 있는데다 이밖에 적당한 말이 없지 않느냐』는 시큰둥한 반응을 받았다는 것.
한씨는 『이 말은 독립, 대등한 관계에 있는 한 국가와 민족을 모욕하는 말』이라고 재차 따지고 들자 문제의 필자도 이에 굴복, 한국인에 차별의식을 갖고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렇게 받아들이면 곤란하다면서 「조선정벌」을 「조선침략」으로 고쳐도 좋다고 굴복해 왔다는 것.
한씨는 임진왜란 때 수십만명의 우리양민의 귀와 코를 베어가 무덤을 만들어 놓은 「교오또」(경도)의 이총에 대해서도 몇몇 뜻 있는 동료들과 함께 수년 전부터 이총의 역사적 의미를 바로잡는 운동을 벌여 79년에 「교오또」시가 보수작업을 해주기에 이르렀고 작년에는 뜻 있는 사람끼리 모여 사상초유로 위령제도 가진바 있다. 【동경=신성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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