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음란 지검장' 까지 … 검찰을 어찌해야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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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의 음란행위가 확인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8개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분석했더니 5개에서 음란행위를 하는 모습이 찍혔다고 한다. 우발적·충동적이 아닌 지속적·의도적인 행위였다는 얘기다.

전직 지검장을 기소해야 하는 제주지검의 후배들은 난처한 상황이 됐다. 공연음란죄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형량이 가벼워 약식기소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피의자가 한 지역의 법질서를 책임지는 지검장이었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처리해선 안 된다.

 이런 문제 때문에 사법 처리와 별도로 감찰위원회에서 정식으로 징계절차를 밟았어야 했다. 경찰에 체포됐을 때 동생 이름을 대는 등 거짓말을 한 것은 검사윤리 차원에서 중징계 사유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법무부가 성급하게 김 전 지검장의 사표를 수리하는 바람에 징계는 불가능해졌다.

 검찰의 성추문은 너무도 자주 터지고 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접대 의혹,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사건이 있었다. 검사가 피의자인 여성연예인의 성형수술을 다시 하라고 의사를 협박하는가 하면 검사실에서 검사가 절도 혐의 여성 피의자와 불미스러운 관계를 맺는 사건까지 있었다.

 검찰은 그때마다 형식적으로 대응했을 뿐 구조적 개혁 노력은 기울이지 않았다. 그러더니 마침내 감찰1과장 출신의 지검장이 ‘신종 사고’를 친 것이다. 시중엔 ‘관심사병’만 문제가 아니라 ‘관심검사’도 걸러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조선 태종 때 사헌부는 대사헌 안성을 탄핵했다. 다른 사람의 첩과 간통했다는 이유였다. 내부 비리에 더 엄정했던 전통이 사헌부를 조선시대 최고의 사정기관으로 자리 잡게 했다. 지금까지 검찰은 검사 비리가 터지면 자체적으로 적당히 처리해왔다. 말을 꺼내기조차 민망한 사건이 끊이지 않는 것을 보면 자정능력을 아예 잃은 것 같다. 검찰 스스로 개혁할 능력이 없으면 검찰 비리의 척결은 아예 외부 기관에 맡기는 게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