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안보」를 반석위에…|전-레이건회담 무엇이 논의될까|주한미군 철수대신 오히려 증강|대북괴 공동전략몬모색·한국군현대화 협력 강화확실|「카터」때와는 방법달라질 민주화인권 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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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미회담의 「스케줄」자체는 극적으로 발표된 감이 없지않으나 양국원수간의 회담분위기나 회담직후에 발표될 공동성명의 내용은 상호간의 이해관계를 적절히 조화시키고 전통적인 우방관계를 확고히 다지는 내용이 될듯하다.
10·26사태이후의 일련의 정치·사회적 불안상태를 모두 극복하고 새헌법에 따른 새로운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있는 한국의 입장이나 「포스트·카터」의 기진맥진한 미국을 위대하게 재건하겠다는 「레이건」행정의 등장이 시기적으로 거의 맞아 떨어진다는 의미에서도 이번 한미정상회담이 갖는 정치적 의미는 크다.
무엇보다도 막강한 보수세력의 뒷받침을 받고있는 미국의 새정부가 우방들과의 관계강화,상호간의 신뢰성에 근거를둔 협력시대를 부르짖기때문에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토의될 의제도 대충 그런 분위기에서 요리될 것이다.
「아시아」 중동「아프리카」「페르시아」만 지역사태등 전반적인 국제정세가 광범하게 논의되는 이외에도 한미양국이 최우선 과제로 삼고있는 한반도의 안보문제가 가장 집중적으로 논의될것은 확실하다.
그중에서도「카터」대통령이 81년에 재검토하기로한 주한미지상군철수문제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슈」다.
「카터」가 시도했던 추가철군계획이 국내외의 거센 반발로 잠정 보류된것과는대조적으로 그동안「레이건」 대통령이나 「헤이그」국무장관, 멀리는 작년7월 공화당전당대회가 채택한 강령등은 한결같이철군정책을 비판해왔다.
이러한 「레이건」행정부의 기본방침이나 미의회쪽의 철군반대분위기로 미뤄 한미양국원수는 주한미군철군계획의 백지화내지 최소한 현수준에서의 병력유지, 이와 더불어 주한미공군력의 계속적인 증강및 북괴에비해 아직도 열세로 분석되고있는 한국군의 현대화계획에 대한 미국의 협력관계를 공동성명에서 밝힐것이 분명하다.
「레이건」행정부의 출범으로 한반도의 안정은, 동북「아시아」전체 지역의 안정유지에 필요한 주춧돌이 될뿐만아니라 미국의 대소정책에서도 전략적 중요성을 높게인정받고 있는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북괴군의 군사력 증강추세가 전혀 수그러들지않고있는 현실에비추어 한국의 자주국방력을 기르기위한 현대화계획과 한국방위산업육성에 필요한 적정수준의 무기판매및 방위산업·기술제공 문제는 미국측의 지원배려가 충분히 예상된다.
군사적 협력방안뿐만아니라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기위한 대북괴문제도두나라 수뇌가 논의할 가능성은많다. 79년6월 「카터」대통령의 서울방문때두나라는 남북한및 미국이 참여하는 3상국회의를 제의한적이있는데 전대통령은 지난12일 남북한수뇌의 상호방문을 극적으로 제의해 한반도긴장완화를 위한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전대통령의 이 제의를 미국정부는 크게 환영하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l·12제의」의 정신에 입각한 양국간의 긴장완화노력이 어떤 형태로든지 반영될것으로 외교가에선 보고있다.
남북한간의 공동 「유엔」가입추진이나 미·소·중공·일본간의 남북한 교차송인방안에 대해서도 북괴는 계속 시덥지 않은태도를 보여왔음에도 불구하고 폐쇄된 북괴를 대화의 광장으로 끌어내려는 한미간의 공동노력은계속될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한국인의 정치발전과 인권문제에관한 상호간의 솔직한 의견교환도 예상되나 그「스타일」이나, 분위기는「카터」때와는 상당히 다를 것으로 전망된다.
「카터」가 인권을 미국외교의 간판으로 내건데비해「레이건」은 미국과 똑같은 기준의 인권을 다른나라에 적용시키는것은무리며 자칫하면 그로인한 부작용이 더 클수도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있다.
이럴경우 두 우방간의 관계를 좌우하는것은「레이건」의 표현대로 「신뢰성의 문제」로 귀착된다.
「워싱턴· 포스트」지나「뉴욕·타임즈」지등 많은 미국의 신문들이 한미정상회담이 가능한 것은 김대중사건에대한 감형이 「약속」되었기 때문이라는 보도를 하고있으나「헤이그」신임 국무장관은 28일의 첫공식회견에서 『한미정상회담과 김대중사건을 서로 연결시켜 협상한 적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
이러한 발언은 바꾸어생각한다면 미국은 어디까지나 한국을「가장 중요한 우방」의 하나로 생각하고 있으며 한국내의민주발전이 순조롭게 이행되기 위해선 미국의 격려와 지원이 졔속될 것이라는 뜻과 다를바 없다.
서로 막 새 출발을 시작하는 양국정부의 입장을 생각한다면 이번 공동성명에선 한국내의 「과거의 일」을 들추어내기보다는 앞으로 한국정부가 추진하려는 민주화계획을 격려하는 쪽으로 문맥이 잡혀질것같다.
양국원수들은 한미간의 경제교류문제에 관해서도폭넓은 의견을 나눌것이다.
한국정부는 한국경제가지난2년간의 정치적 소용돌이 때문에 미증유의 침체로 허덕여 왔으나 정치·사회적 불안이모두 해소되고나면 다시과거의 고도성장궤도를 달릴수있는 자신감을 표명하고 있다.
한국경제의 규모가 매년 커지면서 미국의 입장에서도 한국이 세계10위권에 육박하는 교역「파트너」가 된이상 양국간의 경제협력문제는 안보문제와 쌍벽을 이를만큼 주요한 의제가될 것이다. 한국에 비중이 큰 석유문제·곡물수입문제·섬유·신발류·전자제품등의 대미수출문제에 관한 세부적 사항들은 향후 양국간의 경제각료나 실무자회담에서 계속 논의되겠지만 적어도 이번 정상회담에서 상호경제협력에관한「정신」이 대충 윤곽을 드러낼지도 모른다.
양국간의 문화교류문제도 공동성명에 구체적으로 반영될 움직임이 있다.
미국을 순회중인 한국미술5천년전,「하와이」대의 한국문제연구소 건립,「로스앤젤레스」의 우정의기 설치등에 관한 한국정부의 배려를 미국정부는 크게 평가하고 있는데 전대통령이「워싱턴」체류중에 「스미소니언」박물관을 방문하는 자리에선 어떤「발표」가 있지않을까 기대하는 사람이많다.
이밖에도 양국간에 논의할 문제는 많으나 무엇보다도 중요한것은 상호간의 신뢰를 바탕으로한 성숙한 한미관계의 재정립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은 양국간의 변치않는 우정을 다짐하는상징적 의미뿐아니라 기존관계를 더욱 굳게 다져나가는 정치적인 뜻을동시에 갖고있다.【워싱턴=김건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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