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스마트싱스' 인수…사물인터넷 공략 본격화

중앙일보

입력

삼성전자가 미국의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 업체 ‘스마트싱스(SmartThings)’를 인수했다고 15일 밝혔다.

구체적인 인수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2억 달러(약 2043억원) 규모에 달한다고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리코드 등 외신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스마트싱스가 개발한 개방형 플랫폼은 하나의 모바일 애플리캐이션(앱)으로 집을 모니터·제어·자동화할 수 있게 해 준다. 현재 이 플랫폼은 1000개 이상의 기기와 8000개 이상의 앱이 연동되도록 지원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스마트싱스 인수를 계기로 본격적인 사물인터넷 시장 공략에 나설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스마트폰 실적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기업의 ‘한계돌파’ 해법 중 하나로 사물인터넷을 낙점했다.

사물인터넷은 스마트폰이나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착용 가능한) 기기는 물론 냉장고·TV 등 가전제품, 자동차, 건물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물에 인터넷이 연결되는 개념을 가리킨다. 삼성전자로선 이미 스마트폰, 가전 등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사업 인프라를 갖춘 셈이다. 더구나 시장이 이제 막 조성되는 단계라 사물인터넷 산업 생태계를 선점해 주도할 경우 확실한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 7월 구글이 주도하는 사물인터넷 컨소시엄인 ‘스레드(thread)’그룹에 참여해 무선 통신망 표준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또한 아트멜, 델, 인텔 등 해외 IT기업들과 함께 ‘오픈 인터커넥트’ 컨소시엄도 구성해 오는 9월 출범할 예정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행보도 맥을 같이 한다. 이 부회장은 올초 사물인터넷 글로벌 1위 업체인 시스코의 존 챔버스 회장과 만난데 이어, 이달 초엔 미국 스포츠 브랜드 언더아머의 케빈 플랭크 대표와 관련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사물인터넷 시장은 삼성과 구글, 애플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3파전’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당장 내달 5일부터 독일에서 열리는 유럽가전쇼 ‘IFA 2014’은 ‘스마트홈’ 이란 주제를 둘러싼 기업들의 각축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구글은 최근 32억달러(약 3조4000억원)에 스마트홈 업체 네스트랩스를 인수했고, 애플은 지난 6월 세계개발자대회(WWDC)에서 홈킷 플랫폼을 공개하는 등 스마트홈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데이비드 은 삼성전자 오픈이노베이션센터(OIC) 부사장은 “커넥티트 디바이스는 삼성전자에게 전략적으로 중요한 부분”이라며 “스마트싱스가 개방형 플랫폼을 유지하며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스마트싱스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삼성전자 OIC에 소속되며 워싱턴DC에 있는 본사는 캘리포니아 팔로 알토로 이전한다. 스마트싱스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알렉스 호킨슨은 앞으로도 스마트싱스를 독립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그는 “삼성전자의 일원이 되어 기쁘다”며 “삼성전자의 지원으로 더 많은 개발자와 협업하고, 세상을 더욱 혁신적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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