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례허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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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리의 생활주변에서 허례허식을 버려야한다는 결의는 이제 새로울 것도 없다. 그런 구호를 수없이 거듭해야 하는 우리의 현실이 오히려 돋보일 뿐이다.
국민 모두의 「공동의 선」과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우리의 당면한 과제라면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합리적인 여건용 마련하는 일이야말로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회 각 부문에 팽만한 온갖 낭비와 무절제를 씻어내고 검소한 사회를 이룩하는 것은 바로 밝은 내일의 전제이기도 한 것이다.
사회 정화운동도 그같은 정신의 소산이며, 그 정신에 따라 이미「관혼상제의 건전화」가 사회 운동으로 번지고 있다.
사실 허례허식의 폐풍은 뿌리깊은 것이라서 쉽사리 제거되기도 어려우며 전 국민의 의식혁명과 자발적인 실천 협력으로만이 그것은 가능하다.
그 점에서 요즘 「전국 주부교실 중앙회」가 주관한 진지한「세미나」는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우리의 소비생활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한 이 모임은 특허 주부들의 소비절약 실천을 강조하고 있다.
근본적으로「예」는 점성의 표시라는 「예출어정」의 정신은 고금이래 우리 사회의 기본전범이었다.
그러나 근래에 이르러 이같은 사회전래의 기본 전범을 깨뜨리고 개인의 과시욕을 한껏 자랑하는 기풍이 우리 사회 곳곳에 스며들어 국민의 소비생활 자체를 파탄에 이끌고 있다.
어찌 소비생활의 파탄뿐인가 소비를 위시한 모든 경제생활의 혼란은 국민 정신을 좀 먹고 사회의 기강마저 파괴하였다. 어떤 사회든 그 사회의 근간은「구성원의 신뢰」위에 성립되었다. 바로 그 뿌리와 줄기를 흔드는 일은 곧 사회 전체의 붕괴를 초래할 밖에 없다.
60년대 후반·고도경제 성장과 함께 일시에 몰아닥친 소비 생활의 고양은 국민생활 의식의 변화를 초래하였고, 특히 사회 지도층 사이의 무분별한 사치풍조는 전반적으로 허례허식의 온상이 되었다.
「허례허식」은 말 그대로 『겉으로만 꾸민 예절과 실속 없이 겉으로만 치장하는 것』이니, 이같은 풍조는 어떤 면에서 고도경제 성장을 지나치게 자랑하면서 전시효과만 노렸던 과거의 위선적 분위기가 초래한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소비가 미덕이 되는 내일』을 약속하였던 허구의 구호는 오늘에 와서 수습하기란 실로 힘들고 고된 일이다.
원자재의 대부분을 외국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의 경제현실에서 근검 절약은 불가피하다. 허례허식의 폐풍을 씻어 내리고 건전한 경제·사회 생활을 기약해야 함은 최소한의 「모럴」이다.
불경기와 물가고시대에 내핍 생활을 영위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으나 문제는 합리적이고 건전한 생활을 어떻게 영위하느냐에 있다.
특히 가정생활의 중심인 주부들의 노력은 더 강조된다. 대부분의 주부들은 지금까지도 없는 살림을 꾸려오는데 심혈을 기울여 왔음은 부인할 바 없으나 이제는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알뜰살림」이라는 대국적 차원에서도 허형이나 낭비를 일소하는데 특별히 유념하여야겠다.
주부들은 사치스러운 장신구하나, 의상하나가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의 행정적인 정신 풍토를 조장하며 심각한 인간 공해를 일으킨다는 점을 생각해서 자제와 인내를 아끼지 말아야겠다.
뿐더러 현명한 주부들은『실속을 따르는 것이 참된 유행』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하겠다. 값싸고 편한 의복으로도 보다 쾌적함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주부를 중심으로 온 가족이 함께 다론 사람의 손을 빌리지 않고 적합한 시간에 자신의 주거를 스스로 관리하는 지혜와 애정도 필요하다. 그것은 생계를 위해서도 좋고 가정의 화합을 위해서도 좋은 것이다.
주부가 이 같은 지혜와 사람의 마음으로 가계와 소비생활을 이끌어 갈 때 그것은 곧바로 나라와 사회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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