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기 최초의 사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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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번 대한항공(KAL)의 대형여객기 착륙사고는 우리 나라 민간 항공사상 처음 있는 일대 참사이며, 안전도에 있어 세계 제1위라던 우리 유일의 국적기가 낸 사고라는 점에서 국민들의 충격은 컸다.
이 사고로 승무원 6명을 포함해서 15명이 목숨을 잃고 「날으는 궁전」이라 불리는 3백50억원짜리 「점보」여객기가 순식간에 공룡의 뼈대처럼 참담한 모습으로 녹아버렸다.
당장 궁금한 것은 사고의 원인이다. 그것을 철저히 규명하는 것은 다음 사고를 예방하기 의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비행기 사고의, 경우 그 원인을 밝히려면 보다 전문적인 정확한 원인조사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사고의 경우 승객들의 체험담을 통틀어 보면 여객기의 착지순간에 무슨 잘못이 일어난 것은 분명한 것 같다. 비행기가 활주로에 닿은 순간 어떤 장애물에 걸리고 그 때문에 기체가 곤두박질하면서 불이 났다는 것이다.
「점보」를 포함해서 대형기는 재내기에 비해 안전성이 높다고 한다. 새로 개발한 기정일수록 모든 점에서 최신기술이 구사되고, 또 기체가 크므로 「컴퓨터」 등 안전기기가 충분히 장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이번 사고는 일단 활주로 못 미쳐 「랜딩」한 이른바 「미도착 사고」인 것이 분명해 보이지만, 그밖에 여러 가지 복합적 요인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사고 당시 공항에 상당한 안개가 끼어 있었다는 점에서 기상조건이나 착지 유도「시스팀」에 이상이 생겼을 수도 있는 만큼 사고의 원인조사는 보다 광범하고 면밀하게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대한항공은 발족한지 11년밖에 안되지만 「점보」기 등 37대를 보유한 세계적 항공사로 급성장한 것은 다 아는 일이다. 한국의 날개가 세계 15개국 26개 도시에 뻗고, 작년 한해동안에 3백87만명의 여객과 11만5천t의 화물수송 실적을 올린 것은 우리의 국력이 그만큼 신장하고 있다는 자랑스런 기록이었다.
그러면서도 대형 사고가 없었던 KAL에 이번과 같은 사고가 일어난 것은 여하튼 애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항공기 사고는 그 대부분이 이·착륙 때에 일어난다. 한꺼번에 수백명씩이 떼죽음을 한 외국의 대형사고에 비겨 2백26명의 탑승자 가운데 2백여명이 긴급 대피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던 것은 그나마 불행 중 다행한 일이라 하겠다.
최악의 상황에서 승무원들이 여객들의 비상 탈출을 위해 침착하게 행동하여 희생자를 줄인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특히 기장을 비롯해서 3명의 승무원이 탈출 권유를 뿌리치고 애기와 함께 최후를 맞은 것은 자기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진 귀감으로 기록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사고가 KAL을 비롯한 관계자들에게 다시는 이와 같은 대형사고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뼈아픈 교훈이 되어야 함은 말할 나위가 없다.
비행기 보유 대수에 비해 운항회수가 무리하게 많지는 않은지, 정비·점검시설의 부족 등으로 철저한 안전 점검을 하지 않는 일은 없었는지 다시금 되돌아보지 않으면 안 된다.
기체가 크면 그만큼 부품도 좋아야하고 부품의 수도 많아진다. 따라서 새로운 안전기기를 끊임없이 장비해서 안전성이 저하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하는 것이다.
또 기술의 안전에는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장비가 고도화·복잡화하면 그만큼 고장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지고 「파일러트」에게 고도의 판단과 냉정한 적응력이 요구된다. 조종사의 적성이나 양성·훈련이 강조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번 사고로 인해 우리 항공사에 대한 안전도 평가가 떨어지거나 항공안전 행정에 대한 신뢰도가 흔들리는 일이 없도록 사고원인의 조사와 함께 피해보상 등 사후 처리에 한치의 소홀함도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불의의 사고로 숨진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면서 다시는 이 같은 끔찍한 참사가 없도록 안전확보를 위한 보다 세심한 노력을 모든 관계자들에게 당부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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