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제2부 한국의 사회 개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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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학력사회>
「학사 운전사」「학사 수위」「학사 우체부」「학사 타이피스트」-. 모두가 고등 교육 인구증가에 따른 학력「인플레」현상을 나타내는 말들이다.
70년부터 80년까지 10년 사이 대학 진학 희망자는 12만명에서 50만명으로 늘어났다.
80년 현재의 상급학교 진학률은 국민학교에서 중학교가 93·4%, 고등학교 진학률은 81%,대학진학률은 26%를 넘어섰다.
대학진학 적령기 청소년 4명 가운데 1명은 대학생인 셈이다.
K상사에서 최근·경비직 2명을 모집했다. 중졸이상의 학력을 요구했는데 몰려든 2백여명의 지원자 중 50여명이 대졸자였다. 회사측은『이왕이면』하고 2명을 모두 대졸자로 뽑았다. 1백50여명의 중·고졸은 들러리만 선셈이다.

<청년 4명 중 대학생 1명>
고등교육의 보편화·대중화는 세계적인 추세라 할 수 있다. 그리나 준산된 고급인력을 자연스럽게 사회가 흡수하지 못할 경우 대학 졸업자는 푸대접을 받게되고 고교 졸업자들은「학사모」에 밀려나는 사태가 연쇄적으로 일어나게 마련이다.
미국에서는 70년대에 들어와「오버·에듀케이션」(과대교육)이 사회문제로 등장, 박사 학위를 가진 두뇌가 고교 수학선생으로 취직하려다 퇴짜를 맞는 등「교육받은 실업자」가 속출하고 있다.
차경수 교수(서울대)는『교육에 대한 욕구는 소득상승률의 3·5배에 달한다』고 말하고 『우리 사회도 고학력 사회를 합해 한발 더 가까워졌고 고학력의 특징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아야만 사회·경제적 지위가 향상되기 때문에 어느 사회에서나 고등교육을 받기를 원하지만 우리의 교육열은『우선 대학에 가야 한다』는데 문제가 있다.
이중 교수(고려대)는『교육열 그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지만 대학진학이 곧「입신출세」라는 학교교육에 대한 맹신은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문화수준이 높아질수록 교육의 고도화·보편화·대중화·전문화 현상이 일어난다고 지적하고 복지사회에서는 학교 교육과 사회교육사이에 적정한 연계관계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80년대의 우리나라 교육은 평생교육 체제와 능력위주의 사회풍토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신극범 박사(한양대)는『대학 졸업자는 무조건 고교졸업자보다 우수하다는 의식구조와 학력수준을 자랑으로 삼는 가치관이 고학력을 부채질한다』고 분석하고 교육을 투자지하여 자녀에 대한 재산상속의 한 수단으로까지 대학 교육이 이용되고 있다고 개탄했다.

<수험 교육장이 된 대학>
과거 우리나라의 봉건적 교육 관념으로는 선비는 공부한 뒤 과거에 합격, 높은 벼슬자리를 얻어야만 했다.
이러한 생각은 지금까지도 끈질기게 우리의 의식속에 남아있다.
명문대학에 진학해서 고시에「패스」하거나 일류 회사의 사원으로 취직해야 사회적으로 대우를 받는다는 생각들이다.
따라서 학교교육, 특히 대학 교육은 학문을 하는 상아탑적 기능보다는 취업을 위한 수험교육장이 되고 말았다.
주학중 박사(한국개발연구원)는『저학력 계층에 대한 신분보강이 하루속히 이뤄져야 맹목적인 고학력 지향이 합리적으로 해소될 수 있다』고 했다.
일본인들이 한민족을 차별대우하기 위한 고용 제도 중의 하나가「촉탁」제도였다.
이 촉탁제조가 해방 35년이 지난 지금까지 우리사회 구석구석에 존재하고 있고 이와 비슷한 임시직·일용(일용)·일고(일고) 등 불안정 고용이 성행하고 있다.
외국의 경우 경기가 불투명할 때만 산업체에서 임시직을 고용하고 있다.
주 박사는 이들 일용·일고직은 대부분 저학력 계층이기 때문에 저하에 못지않게 일용·일고직은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하고 저학력 계층에 대한 불안정 고용은 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학력간 임금격차도 문제다. 현재 우리의 임금제도는 학력급이기 때문에 주판알을 퉁기는 회계직도 대학졸업생이고 사장 여비서도 대학 졸업생이 많다.
우리나라의 학력별 임금수준은 국교 졸업생을 1백으로 했을 때 고교 졸업자는 1백72, 대학졸업자는 3백99다.
일본의 경우 고교 졸업자가 취직, 4년간 근무하면 대학 졸업자의 초임보다 10%정도 밖에 차이가 없다.
주 박사는『고도사회에서의 고학력은 개인의 자아실현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학력 그 자체가 불신되어서는 안 된다. 사회구성원의 학력이 높아지는 것은 오히려 바람직한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자원이 부족한 나라에서는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는 길은 인력 개발 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아계발 위해 노력해야>
학력이나 능력보다 학력을 무턱대놓고 중시하거나 질을 무시한채 고학력 인구를 양산하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일본「소니」회사에서는 사원의 이력서에 출신 학교를 기입하지 않는다.
출신대학이야 어디든 적성검사로 입사시키고 입사한 뒤에는 능력에 따라 승진시키는 능력본위를 채택, 큰 효과를 얻고있다.
차경수 교수는 고학력 사회가 성숙되어 상대적으로「반 학력」「반 학교주의」「반주지주의」가 조화있게 나타나야 한다고 했다.
『능력본위 사회, 사회속에서 나를 이해하는 사회, 사회적인 필요에 따라 교육을 받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신극범 박사는 고학력 사회에서는 교육의 계속적 팽창을 요구받게 돼「계속교육」또는「평생 교육」체제의 개발과 현직 연수교육(재교육)등이 크게 확대되어야 하며 그동안 등한시했던 유아교육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출생에서부터 노년기까지의 생활과정 자체가 학습의 과정으로 인식되어야 하며 자기실현과 사회봉사를 동시에 보장할 수 있는 교육』이 80년대 고학력 사회의 교육 지표라고 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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