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시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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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취임 4주째에 접어든 전두환 대통령의 정치「스타일」이 서서히, 그러나 확연하게 부각되고 있다.
전대통령이 그동안 일관되게 피력하고 또 행동으로 보여준 통치의 방향은 성실한 서민들이 잘 사는 정의로운 사회를 이룩하겠다는 굳은 의지라고 할 수 있다. 결국 그의 통치철학은 위민이란 말로 요약된다.
국민 위에 군림하지 앓고 국민속에 파고들어 그들을 위해 봉사하고 그들의 애환을 함께 하겠다는 것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전대통령은 일요일인 21일 하오 추석을 앞두고 귀성객들로 붐빈 강남고속「버스·터미널」을 예고없이 찾았는가 하면, 서울 구로동의 근로자 합숙소와 변두리 뒷골목의 서민주택에도 들러 그들이 살아가는 형편을 직접 살폈다.
서울 도심 뒷골목의 포장마차집에 모습을 보이고 수업중인 야간 고교교실이나 공원들의 작업현장을 찾아 그들을 격려하는 일은 적극적으로 국민속에 뛰어들어 국민과 더불어 호흡을 같이 하겠다는 결의의 표현으로서 여간 흐뭇한 일이 아니다.
전대통령은 취임직후 이른바 「인의 장막」 때문에 민심의 동향을 모르고 지내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민의에 귀를 기울이며 되도록 많은 사람들을 만나겠다는 뜻을 밝힌바 있다.
일반서민들로서는 감히 쳐다보기조차 어려웠던 청와대의 높은 벽을 무너뜨린 것은 그의 이런 실천이었다. 청와대 앞길을 누구나 지나다닐 수 있게 하고 남산「타워」의 전망대가 공개되었으며, 청와대를 바라보지 못하도록 가려졌던 서울 도심의 북창들이 시원히 열렸다.
불과 1년전에 비해 격세지감이 있다. 수수한 차림새로 서민생활에 뛰어드는 일과 함께 국민들은 그의 솔직하고 꾸밈새 없는 소탈한 성품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현명한 통치자의 자질은 국민들의 뜻을 얼마나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으며, 국민들과 호흡을 같이 할 수 있느냐 여부에 달려 있다. 그런데도 권력과 권위에 집착하다 보면 국민들의 애환에 둔감해지고 민심의 기미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음은 역사가 교훈하는 바다.
따라서 상의하달과 하의상달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일이야말로 정치활성화의 매우 중요한 조건이 되는 것이다.
『위에서 잘 하려고 하는데 말단에 가서 그 뜻이 잘 전달되지 않아 엉뚱한 일을 저지르는 일이 있다』고 지적한 전대통령은 지방순시를 하면서 으레 면사무소의 민원창구까지 「체크」한다. 그의 뜻이 행정의 말단기관에까지 제대로 전달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임은 물론이다.
그러나 상의의 하달보다 더욱 어렵고 중요한 것은 하의의 상달이다. 아무리 사람을 잘 쓰고 명석한 판단력을 가졌다 해도 하의상달 과정에서 그것이 변질되고 왜곡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기 때문이다.
전대통령이 『대통령에게 잘 되는 일만 보고하고, 안 되는 일은 얘기 않는 폐습은 고쳐져야 한다』고 한 것은 그런 뜻에서 너무도 적절한 지적이 아닐 수 없다.
「과잉충성」으로 인한 왜곡된 하의의 상달 같은 과거의 폐습이 없어져야 함은 말할 것도 없지만, 민심과의 단절을 극복할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일반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왜곡되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민생과 민심에 직접 접하는 것이다.
전대통령의 잦은 민정시찰은 국민과의 거리감을 좁혀 그 자체가 민심을 수람하게 될 뿐 아니라 새 시대의 청신한 기풍의 진원으로서도 그 의의가 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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