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문제 놓고 … 일본 신문들의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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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이 5, 6일 2회에 걸쳐 게재한 위안부 관련 특집기사에 대해 일본 우파 언론들이 파상공세를 펼쳤다. “위안부 문제 본질을 직시해야 미래가 있다”는 기사 취지는 아랑곳없이 일부 기사의 오류를 인정한 것에 대해 기다렸다는 듯 “위안부 강제동원은 허구였다”는 식의 주장들이 이어졌다. 이들 우익 언론들은 한·일 관계가 악화된 모든 책임은 아사히 신문 위안부 기사에 있는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 보수 정치권도 관련 기사를 국회에서 검증할 필요가 있다며 군불을 때고 있다.

 보수성향의 산케이(産經)와 요미우리(讀賣)신문이 맨 앞에서 ‘아사히 때리기’에 나섰다. 산케이는 6일 1면에 ‘아사히 위안부 보도 잘못’이란 기사를 비롯, 2·3·8면에 집중적으로 비판 기사를 실었다. 특히 사설에선 “위안부 강제 연행의 근간이 무너졌다”고 주장했다. “제주도에서 205명의 젊은 조선인 여성을 사냥하다시피 해 강제로 끌고 갔다”는 일본인 요시다 세이지(吉田淸治·사망)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증언을 새로 찾지 못한 아사히가 기사를 취소한 데 대한 것이다. 산케이는 이어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1993년 고노(河野)담화를 “근거 없이 작문됐다”고 못박았다. 산케이는 또 “자국(일본)의 명예를 지키려는 일부 논조가 한·일 양국의 민족주의를 자극하고 문제를 악화시킨다”는 아사히 지적엔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몰아 부쳤다.

 요미우리 신문도 ‘아사히 32년후의 철회, 강제연행 증언은 허위’란 1면 기사 등 4개면에 걸쳐 아사히를 성토했다. 91년 8월 보도된 위안부 출신 여성에 대해서는 “기생 학교에 다닌 사실이 나중에 밝혀졌지만 언급되지 않았다”며 전체 위안부 피해 여성들을 폄하했다. 요미우리는 또 최근 고노담화 검증에 참여한 역사학자 하타 이쿠히코(秦郁彦)가 92년 요시다 증언에 의문을 제기했지만 수정되지 않았다며 “20년 넘게 방치한 아사히 책임이 매우 무겁다”고 평가했다. “위안부로서 자유를 박탈당하고 여성으로서 존엄을 짓밟힌 것이 문제의 본질”이란 아사히 주장에 대해선 “넓은 의미의 강제성이 있었다고 일본 정부 책임을 묻는 것은 ‘논의 바꿔치기’”라며 보수세력의 ‘책임 부정론’을 거들었다.

  자민당도 우익 언론 편들기에 동참했다. 마이니치(每日)신문에 따르면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간사장은 5일 “지역의 평화·안정, 이웃나라와의 우호, 국민감정에 영향을 끼친 보도”라며 “의회에서 검증할 필요가 있으며 아사히 관계자를 국회에 불러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쿄신문은 “보도 내용 관련, 기자를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국회에 부르는 건 극히 이례적”이라며, “정부·여당에 불리한 보도를 하는 미디어를 견제하는 수단으로 악용된다면 보도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도쿄=이정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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